이 기사는 2016년 10월 1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신동빈 회장이 무척 초연한 모습이어서 놀랐습니다. 그룹 전체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업무 일정차 신 회장을 만났던 한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년 동안 국내 재벌그룹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우여곡절을 다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핵심이었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의 자택 등 17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검찰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졌다. 그의 초연함은 근거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이 모든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만이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신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임직원과 주주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형제 사이를 줄타기하던 배다른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등의 입점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막대한 계열사 지분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아버지의 3번째 부인 서미경 씨는 탈세혐의로 국내 전 재산이 압류됐다. 반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신청은 기각됐다. 재판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경영권을 지키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그룹 사태, 최후의 생존자는 결국 신동빈 회장뿐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상처뿐인 승리 같지만 신 회장에 대한 임직원과 주주들의 지지는 더 견고해졌다. 재벌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풍파를 단번에 경험한 신동빈 회장도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제를 털고 갔다는 점에서 이젠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다.
신 회장의 남은 숙제는 새로운 롯데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지난 2년 동안 롯데그룹의 문제점은 줄줄이 외부에 알려졌다. 일련의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롯데그룹 직원들이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화취실'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50년간 성장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최후의 생존자 신동빈 회장이 제시할 새로운 롯데의 모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내달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과 사회공헌 강화 내용 등이 포함된 그룹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의 진짜 생존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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