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상권, '제2의 홍대상권' 될 수 있을까 [WM라운지]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7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hot)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상권을 꼽으라면 홍대 상권이라 할 수 있다. 2010년까지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걷고 싶은 거리', 홍대 삼거리에서 홍대 정문 사이 그리고 주차장 길 섹터를 중심으로 주요 상권이 형성돼있었다. 당시만해도 전국 상권이라기보다 20~30대 유동인구가 모여 잠재력이 큰 대학가 상권으로 평가받았다. 홍대 상권이 신촌역과 이대상권과 더불어 신촌 대학가 3대 상권 중 하나로 불렸던 것이 불과 6~7년 전이다.
지금의 홍대 상권은 북쪽으로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남쪽으로는 합정역·상수역까지 확대돼 유동인구가 넘쳐난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의 연남동 상권은 작년 6월 경의선 숲길 개통과 더불어 도심속 공원과 카페 등이 어우러져 제2의 홍대 상권으로 떠올랐다. 합정역·상수역 남쪽 당인리 발전소 인근에는 아직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로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홍대 상권처럼 전국 상권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있는 상권은 어딜까.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면에서 비슷한 상권인 건대 상권을 꼽는다. 우선 건대 상권은 대학이라는 집객 시설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홍대 상권과 비슷하다. 건대 상권의 동측에 자리잡은 건국대학교는 대학생 2만 5000명, 대학원생 약 4000명, 교직원 1400여 명에 달하는 종합 대학으로, 학생 수와 교직원을 합쳐 약 3만 명이 넘는 대규모 대학이다. 홍익대학교는 2만 4000명 정도로 규모는 다소 작아 대학교 관련 유동인구로는 건국대학교가 더 많다.
두 번째로 홍익 상권과 건대 상권 모두 지형이 평지에 가깝다. 상권을 단절할 수 있는 언덕이나 하천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지 않아 동서남북으로 상권이 뻗어나가기 쉽다. 최근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먹자골목 곳곳으로 상권이 확장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교통 중심지와 업무지구에서 근접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건대 상권과 홍대 상권의 공통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중심 업무지구를 크게 광화문·시청, 여의도, 강남 등 3개로 나눈다. 홍대 상권은 광화문·시청 업무지구와 가깝고 지하철로도 대여섯 정거장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젊은 인구의 주거·모임 장소로는 뛰어난 위치다. 건대 상권 또한 지하철 두 정거장이면 강남 지역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임대료 수준은 강남권에 비해 저렴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먹자골목이 형성돼있어 퇴근 후 만남의 장소로 인기있다. 홍대는 2009년 복선 전철화가 완성된 경의중앙선을 통해 일산 지역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건대 상권은 7호선을 통해 서울의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유동 인구를 끌어들인다.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건대 상권이 홍대 상권처럼 전국 상권으로 성장하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건대 상권은 건국대학교 병원, 롯데백화점과 스타시티몰이라는 대형 집객시설이 위치해 다양한 연령대와 소비계층을 아우르는 복합상권이다. 이때문에 홍대 상권보다 강한 상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국 상권으로 부상하기에는 부족해보인다. 홍대 상권이 전국 상권으로 부상한 강력한 배경이 건대 상권에는 없기 때문이다. 바로 문화다. 홍대 상권은 교통의 호재나 위치, 지형의 장점보다는 독특한 홍대 문화를 성장 동력으로 커왔다.
예로 홍대에는 클럽 문화가 있다. 수십여 개 클럽은 춤과 음악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였고 소규모 공연장과 갤러리들은 인디밴드와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았다. 홍대 문화를 즐기려는 10대~30대가 지속적으로 모이면서 지금의 홍대 상권이 만들어진 것이다. 클럽데이, 북 페스티벌 등 정기적인 이벤트를 통해 상권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건대 상권을 보면 문화보다는 대형 먹자골목이나 스타시티몰과 같은 판매시설 이미지가 짙다. 장기적으로 문화와 스토리가 가미되지 않는다면 건대 상권이 홍대 상권처럼 전국 상권으로 떠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최근 건대 상권에서 구청과 상인들이 하고 있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거리의 전신주를 없애는 전선 지중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플리마켓과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포차거리 조성, 무한리필 콘셉트의 가게 등 건대 상권에만 있는 독특함도 있다.
자양동 역세권 일대에 있는 동부지방법원이 내년 3월 송파 문정법조타운으로 이전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부지와 인근 KT 부지를 합쳐 약 8만㎡에 달하는 면적에 2018년까지 광진구 행정 복합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시에 상업·공원시설,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이는 건대 상권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건대 상권은 문화와 스토리가 없어 당장은 아쉽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유민준 신한은행 팀장
코넬대학교 석사(빌딩경영학)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국토해양부 자산운용전문인력
부동산투자자문 전문인력
現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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