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파장]'유일한 인연' 대우건설에 쏠리는 눈뉴욕 초고층 공사 등 협업…과거 임직원 대부분 퇴사, 미국법인은 '유지'
김경태 기자공개 2016-11-11 08:12:27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주식과 환율은 요동치고, 금융권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트럼프와의 인맥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마땅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이 가운데 과거 트럼프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대우건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트럼프와 현재진행형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태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지시켜왔던 미국법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제 막이 오르는 '트럼프 시대' 대우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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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뉴욕 트럼프월드 타워'로 인연 시작, 국내서도 협업
1997년 9월 12일. 뉴욕타임스는 대우가 트럼프와 손잡고 뉴욕에 한 부지를 5200만 달러에 매입키로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총 공사비가 3억 달러에 달하고, 6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도가 나온 당시 대우와 트럼프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한달 뒤 대우는 트럼프와 사업을 함께 한다고 국내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뉴욕의 유나이티드 엔지니어링센터 건물을 허물고, 주거용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대우가 자금을 대고 트럼프는 자신의 명성과 부동산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실무를 맡기로 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사업 자본금 6600만 달러 중 90%를 출자했고, 나머지 10%를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에서 담당했다.
'뉴욕 트럼프 월드타워'는 1999년 착공에 들어가 2001년 9월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9·11테러 등의 영향으로 인해 초반 분양이 쉽지 않았다. 당시 대우건설을 이끌던 고(故) 남상국 사장은 사업에서 빠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달러박스'로 변신, 대우건설과 트럼프에게 큰 이익을 안겨줬다. 대우건설이 해당 사업으로 거둔 이익이 15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관계를 튼 후, 대우건설과 트럼프의 협업은 속도가 붙었다. 대우건설은 1997년 말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했는데, 트럼프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하는 조건이었다. 옛 석탄공사 부지에 지어진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대구, 부산 등의 총 7개 프로젝트에 트럼프 이름이 사용됐다. 대우건설은 7개 사업에 대해 600만~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그 후 대우건설과 트럼프는 별다른 협업을 하지 않았다.
◇과거 트럼프 협업 임직원 모두 퇴사...미국 법인 유지 '주목'
대우건설은 현재도 트럼프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을까. 아쉽게도 불씨를 다시 살릴 과거의 인적 자원은 없다. 트럼프와의 협업 당시 뉴욕지사장을 지냈던 이준하 전 건축사업본부장은 2년 전 회사를 떠났다.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하듯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대우건설 내에서는 별도의 대응 회의가 없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거의 20년 전 일"이라며 "당시 활약했던 임직원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모두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트럼프 측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건설이 1988년 뉴욕 월스트리트에 설립된 법인(DW AMERICA DEVEL'T INC.)을 통해 향후 관련 작업을 도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1988년 미국 서부의 시애틀 근처에서 노인주택 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시장에 진출했다. 같은 해 5월 뉴욕에 미국법인을 설립하며 박차를 가했다. 그 후 플로리다, 시카고, 댈러스, 애틀랜타 등에서 아파트와 콘도 등 주거용 부동산을 공급했다. 뉴욕 인근의 화이트플레인스에서도 고급 아파트를 판매했다. 이 같은 사업 실적과 뉴욕법인의 영업력이 트럼프와의 협업을 가능케 했다.
현재는 북미 사업이 축소되며 뉴욕법인은 크게 위축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법인은 있지만, 상주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감사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2010년부터 올 상반기 까지 7년 연속 뉴욕법인의 매출은 '0원'이다. 2010년부터 완전자본잠식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구조도 나빠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미 내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강력하게 내세워 건설업체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트럼프와 국내 유일한 인연을 가진 강점이 있는 만큼, 뉴욕법인에 반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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