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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강화' 삼성·LG전자에 毒일까 [트럼프 당선 파장]실질 경쟁업체 中·日 기업, 주요 전자제품 '무관세'… 부정적 영향 제한적

정호창 기자공개 2016-11-11 08:12:56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0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보호무역 강화와 자국 이익 우선의 新고립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당선됨에 따라 삼성·LG전자 등 국내 대표 가전기업들의 북미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공포감에 따른 '기우'라는 게 전자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나 재협상, 관세 인상 등의 보호무역 조치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내 현실화가 쉽지 않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상향이 이뤄지더라도 주요 전자제품의 경우 낮은 세율이나 무관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고, 삼성·LG전자 등의 북미시장 주요 경쟁상대가 중국이나 일본업체이기에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지시각 8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초 예상과 달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이변이 연출되자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기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걸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재협상 및 폐기, 중국산 수입품 관세 45% 부과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강화 공약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와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아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9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는 각각 2.92%, 4.29%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의 이 같은 우려과 불안감은 실제 예상되는 변화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전자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거보다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시장 우려처럼 삼성·LG전자가 입게 될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우세한 상태다.

시장 우려의 근간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협정 폐기와 재협상 등을 통해 수입품의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경우 국내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처럼 미국이 세계 각국 정부와 맺은 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행정부만의 결정으로 진행할 수 없고 의회의 비준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이 미국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해 트럼프의 공약 추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공화당의 기조를 감안하면 정책기조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세 상향이 현실화되더라도 국내 전자업체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FTA가 시행되기 전부터 국내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과 반도체 등은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또 현재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를 미국만 크게 높이기 어렵다.

삼성·LG전자의 북미시장 주요 경쟁상대가 미국 업체가 아닌 중국과 일본 기업이란 점도 우려를 더는 대목이다. 관세 상향의 영향을 경쟁자들과 함께 받기에 우리 기업만 특별히 불리할 이유가 없다. 또 삼성·LG전자의 주요 가전제품이 북미 시장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가격 저항력이 비교적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입품 관세 인상은 오히려 미국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절대강자인 애플의 경우 아이폰과 맥북 등 주요 제품을 모두 대만과 중국업체 등을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 1위인 휴렛패커드(HP) 역시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트럼프 공약대로 중국 수입품의 관세가 45%로 상향되면 애플과 HP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대상은 미국 소비자들이기에 트럼프의 관세 인상 보호무역 정책은 미국 사회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오히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 마이크론 육성에 힘을 쏟는다 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커 단기간내 추격이 어렵다.

오히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고 국내 기업의 뒤를 쫓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상승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IT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일이 더욱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으나 미국 정부의 반대로 모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 같은 분석 때문에 실제로 삼성·LG전자 등은 시장 예상과 달리 이번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비교적 담담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 관계자 모두 "향후 일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살피고 있으나, 현재로선 유·불리를 쉽게 예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자동차 산업 등과 달리 전자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품과 부품 등 제품 영역에 따라 득실이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 전체적으론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중립적 전망이 우세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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