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펀드판매 보수적으로 변한 배경은 [공모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 / 우리은행] ② 우리인컴펀드 소송 사태 결정적..채권형펀드로 돌아서
박상희 기자공개 2016-11-21 09:35:00
[편집자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판매할 때 어떤 판매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을까. 지금까지 개별 운용사의 펀드 판매 현황 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쉽게 확인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와의 실질적인 혹은 숨겨진 비즈니스 관계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더벨은 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운용사와 판매사 간의 역학관계, 은행 및 증권사 간의 경쟁구도 등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6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펀드 판매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채권형펀드 판매에 더 치중한다.우리은행이 처음부터 보수적인 판매사는 아니었다. 관련업계는 우리인컴파워펀드 소송 이후 영업 현장의 최전방에 있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 판매에 대해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본점의 상품 선정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침체에 빠져 있던 우리은행은 2013년 단기국공채펀드 등 채권형 상품 판매를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채권형펀드 강자로 거듭났다. 한 때 업계 8위까지 밀렸던 판매사 순위도 3~4위권으로 회복했다.
◇ 우리파워인컴펀드 소송 이후 주식형펀드 등 판매액 급감..업계 7~8위로 밀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신한은행 등과 함께 펀드 판매사 3대 트로이카를 구축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2008년 말 기준 공모펀드 판매설정액은 12조 7839억 원으로, 최근(9월 말 기준)과 비슷한 규모(12조 8037억 원)를 자랑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은행의 판매 파워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판매설정액은 2010년 말 기준 8조 4608억 원을 기록하며 10조 원 아래로 추락했고, 2011년 말엔 7조 9364억 원으로 계속 하향세를 보였다. 판매사 순위도 3~4위 권에서 7~8위 권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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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는 대부분 운용사와 판매사들에게 시련의 시기였다. 금융위기가 유독 우리은행에 혹독했던 것은 우리파워인컴펀드 소송 사태가 컸다. 지난 2005년 말 우리CS자산운용이 설정한 파워인컴펀드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패니메이 등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금융투자회사에도 투자해 최대 원금 80% 안팎의 손실을 냈다.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가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판매 당시 이런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원금 손실액이 커질 때까지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014년까지 계속되며 우리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줄소송은 우리은행 PB를 비롯한 영업직원의 판매 의욕을 크게 저하시켰다. 2000년 대 초부터 우리은행 PB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회사 뿐만 아니라 PB들도 고객의 소송 위협에 시달리며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우리파워인컴펀드 이외에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와 관련된 부동산 신탁 등 소송에 휘말린 상품이 여러 개 되다보니 직원들이 위험 상품 판매를 기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개발하고 추천하는 본부 역량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금이 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추천한 펀드를 믿고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본사 셀렉션 상품을 판매한 직원에게 부담이 돼 돌아온 꼴이 돼 버렸다"면서 "은행 PB가 보수화 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게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리파워인컴펀드 침체기..2013년 채권형펀드 '승부수' 통했다
펀드 판매사로서의 입지가 많이 약해진 우리은행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올해부터 우리PE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옥정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다. WM사업단장(상무)을 맡고 있을 당시 '키움단기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1[채권]'을 비롯한 채권형펀드 판매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채권형펀드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013년부터였다"고 말했다.
몇 년 간에 걸친 소송을 거치며 리스크가 큰 상품 판매에 심리적 부담감이 컸던 영업직원과 과거 손실을 입었던 트라우마로 위험상품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고객 간의 간극을 메워줄 상품으로 채권형펀드를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원래부터 채권형펀드를 많이 팔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해도가 높지는 않았다"며 "듀레이션이나 쿠폰 수익률 등 채권형펀드에 대한 직원 교육을 철저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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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은행 역시 주식형펀드 판매에 주력했다. 2008년 기준 주식형펀드 판매 설정액은 7조 5330억 원에 달한 반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221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말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조 424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 채권형은 2조 15651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기준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3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조규송 WM사업단장(상무)이 이어 받으면서 우리은행의 펀드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조 상무는 1983년부터 지난해 12월 WM사업단으로 오기 전까지 수 십년을 영업 현장에서 보낸 '영업통'이다.
우리은행은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것을 권유하는 등 주식형펀드 판매강자로서의 재기를 노리고 있다. 대표클래스 기준 메리츠코리아펀드의 판매 점유율은 우리은행이 15% 가량으로 1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규송 상무 부임 이후로 펀드 판매에 한층 더 탄력이 붙었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4위였는데, 올해 3위로 올라서는 데 조 상무의 영업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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