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수요, ETF 대비 강한 규제 걸림돌 [ETN 출범 2년] ②"상장 가능해야 시장 확대"
강우석 기자공개 2016-11-23 08:40:4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8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은 2년 전인 2014년 11월 개설됐다. 새로운 상품을 찾던 한국거래소와 새로운 먹거리를 물색하던 증권사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시장에는 총 7개의 증권사(NH·삼성·신한·미래에셋·한국투자·미래에셋대우·현대)가 ETN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내년 초 1호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하지만 증권사들이 ETN을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기에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지 못해서다. 손익분기점(BEP) 이상의 성과를 낸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없다.
◇ "수요충분한 상품, 상장 가능해야"…고배수 레버리지 ETN 등 거론
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원하는 ETN이 자유롭게 상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50%까지만 ETN을 발행할 수 있다"며 "이미 발행사가 총량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행상품의 종류까지 제한받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말했다.
고배수 ETN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기초지수 상승분의 2배,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없다. 한국거래소는 ETN 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횡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상품의 상장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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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배수 ETN에 대한 시장수요가 상당하다는 데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UWTI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을 1조 원 이상 거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UWTI ETN은 원유 대표지수인 'S&P GSCI Crude Oil Index'의 플러스(+) 3배 수익률을 쫓는 콘셉트다.
B 증권사 관계자는 "UWTI ETN이 최근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해외주식 계좌를 통해 거래했던 고객들의 자금이 미국 내 다른 레버리지 ETF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고배수 ETN을 상장해 '해외직구 고객'의 수요를 국내로 돌릴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 관계자도 "해외계좌를 통해 투자할 경우 운용보수 외에 100bp 정도의 환전수수료도 내야해 비용부담이 상당하다"며 "시장에서 양방향 레버리지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관련된 제약을 단계적으로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고배수 상품을 보다 빠르게 상장할 수 있길 바라는 눈치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수요가 충분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ETN 담당자들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라며 "어떤 증권사가 2~3년 동안 손실만 거둔 비즈니스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느냐"고 말했다.
◇ ETF 시장과의 '비대칭 규제'…세제 혜택 無·퇴직연금 편입도 불가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과 상이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ETN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세금 혜택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고배수 상품 발행이 불가하고, 코스피200과 같은 대표지수도 탑재할 수 없는데 세제 혜택까지 전무하다"며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 2월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계좌가 흔히 언급되는 사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누적 판매액은 9342억 원으로 집계된다. 비과세 계좌에 편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두 개 뿐이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비과세 해외주식펀드 열풍을 보며 전체 상장종목 중 절반 정도가 해외 투자 콘셉트인 ETN 시장참여자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며 "역외 주식에 투자하는 ETN에 대한 비과세 허용, 국내 주식형 ETN에 대한 배당소득세 면제 등 투자자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자산으로 편입이 불가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합성ETF도 스왑거래 상대방인 증권사가 부도날 경우 투자금을 잃을 수 있는데, 같은 신용상품인 ETN은 왜 편입을 막느냐는 게 업계 측의 논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합성 ETF를 퇴직연금 투자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ETN 시장이 자리잡기까지는 '레버리지'와 '세제 혜택'이라는 주춧돌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ETN 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업계와 거래소, 당국이 함께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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