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기업가치평가·공시 등 난제 해결해야 [스타트업마켓(KSM) 개장②]매도-매수자간 정보 불균형...부적격 투자자 난립도 우려
신수아 기자공개 2016-11-25 07:50: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2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망 스타트업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장외시장 ‘KRX 스타트업 마켓(KSM)'이 안착할 수 있을까. 당차게 출범한 KSM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의 유입을 독려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KSM은 '크라우드펀딩 → KSM → 코넥스 →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소위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투자는 회수의 길이 열려야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극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잠재력에 과감히 베팅한 투자자들이 성과를 실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적인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투자기업에 대한 정보부족...기업가치 산정 '논란' 해결해야
KSM 정보 불균형의 문제는 시장의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닥·코스피·코넥스 등에 상장된 기업은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회계 보고서·사업 보고서 등을 제출한다. 투자자는 검증된 정보를 열람하고 이를 통해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KSM의 타깃은 스타트업. 이들은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도 없을 뿐 아니라 회계상 정보를 공개하는데 소극적이다. 투자자가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KSM의 거래 기업은 별도의 심사 없이 등록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서울산업진흥원·한국콘텐츠진흥원 등 8개 기관의 추천과 크라우딩펀딩을 통해 투자를 받은 기업이 등록할 수 있다. 즉 투자자는 투자 기업에 대한 검증 작업을 추천 기관의 신뢰성으로 갈음해야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경우 최초 투자 유치시 공개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며, KSM에도 자체적으로 IR 자료를 등록하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과도한 공시 의무는 자칫 관리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KSM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기 쉽다. 전문 기관투자자들 역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디어의 혁신성, 실현 가능성, 사업 성공 가능성 등 주관적 요소를 객관적 수치인 '기업가치(valuation)'로 환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다르게 매출·자산 등 객관적인 지표보다 소위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해야하는 만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평가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라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탓에 '시장가'가 형성되지 않아 적정 가치를 확인할 수 없고, 매도인과 매수자간 합의 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너도 나도' 투자자...기존 장외 시장 문제점 '반복' 우려
일반적으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해당 기업 주식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시장 가치가 형성된다. 이는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반면 KSM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소정의 협의 과정을 거쳐 주문량과 가격을 결정짓는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보유한 투자 기업의 정보가 불균형 상황에서 자칫 불공정한 거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장외시장을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하며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는 특정 기업의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주식 중개업자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비상장기업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허점을 활용한 사기행각이었다.
앞선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장외시장은 매도나 매수 등에 제한이 없으나 KSM은 증권사와 실시간으로 고객 잔고를 체크해 허수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협상이 완료되면 곧장 결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KSM은 반드시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해야하며, 거래는 통일규격유가증권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적격 투자자의 난립을 우려하기도 한다. KSM은 사업 초기단계의 스타트업 지분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사실상 엔젤투자에 가깝다. 스타트업은 역량있는 투자자로 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을 견인하는 만큼 '투자자의 질'이 중요하다.
앞서 정부는 2014년 엔젤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도록 '전문 엔젤투자자'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소위 '블랙' 투자자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KSM이 자칫 검증되지 않은 투자자의 유입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설립 초기인 만큼 단기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거래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보 공개 등 공시 시스템이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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