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01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표류하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도입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탄력을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의혹이 일면서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시행 주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엇갈리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달 5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한다. 당초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은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했지만 현재는 지배구조원이 총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2014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언급하면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도입을 목표로 했지만 기업들이 도입에 부담을 느끼면서 일정은 점차 지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주주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도 이해관계가 많다"며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중하다보니 도입이 상당히 지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비판이 거세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국민연금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빠르면 연내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가장 먼저 시행 주체의 선정이다. 2008년 자산운용협회(現 금융투자협회)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이드 라인은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중심에는 관리·감독 기관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적 규제지만 국내 경우 첫 도입이다 보니 강력한 모니터링 능력을 갖춘 조직이 시행 주체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민간 기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부실한 관리·감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 통일성·일관성 부분도 짚어볼 대목이다. 자본시장법시행령 제91조(의결권행사의 공시 등)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 내용을 1년에 한 번 공시를 하게끔 되어있다. 기관투자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본적으로 철저한 공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최대한 빨리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법과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칫 충돌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과 스튜어드십 코드가 상충될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조율이 필요하다"며 "과거 금투협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스튜어드십 코드가 유명무실해져버리는 상황은 피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