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39년 은행원 인생 마무리 "여성으로서 노력한 제게 기업은행이 기회 줬다"
정용환 기자공개 2016-12-27 11:58:11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7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여성 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 3년 간의 은행장 시절을 포함, 39년 간의 은행원 시절을 뒤로 하고 기업은행에서 떠났다. 400여명의 기업은행 임직원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은 권선주 행장 이임식에 참석해 여성 은행장의 떠나는 길을 축복했다.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7일 오전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여성으로서 일과 삶이 힘겨울 때도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런 저의 인내와 노력에 IBK기업은행은 늘 기회를 내어줬다"며 여성 최초 은행장으로서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칠수 있었던 데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권선주 행장은 전임 조준희 행장에 이어 두 번째 기업은행 공채 출신 은행장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은행장이었다. 권 행장은 "1978년 첫 직장으로 은행에 들어와 주판을 처음 잡아본 초임 시절부터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CEO의 자리까지 강산이 에 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다"며 본인의 39년 은행원 시절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날 열린 이임식에서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축사를 맡았다. 박성택 회장은 "비 올 때 중소기업의 더 큰 우산이 되어야 한다는 권 행장의 경영 철학에 항상 감사했다"며 "당분간은 조금 쉬시고 이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또 다시 힘써달라"고 말했다. 권 행장은 박성택 회장의 축사 중 한 동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나기수 위원장 역시 애증의 관계일 수 밖에 없었던 은행장의 떠나는 길에 축복을 건넸다. 나기수 위원장은 "임기 3년 동안 박근혜 정권과 함께 하면서 사실 노사관계가 상당히 어려웠는데 이런 시기에 최초의 여성행장이라는 수식어가 행장님을 부담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행장님이 앞으로 어떤 자리,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1만 3000명의 임직원들은 행장님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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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행장은 이어진 이임사를 통해 기업은행의 새로운 3년을 축복하기도 했다. 권 행장은 "어렵고 불리한 여건에도 승리를 습관처럼 만들어내는 여러분이 없었다면 어찌 지난 3년의 발전이 가능했겠느냐"며 "제 뒤를 이어 25대 은행장으로 취임하실 김도진 신임 은행장님의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IBK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권 행장과 제25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는 김도진 내정자(경영전략그룹 부행장)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도는 모습이었다. 이날 가장 마지막 순서로 행사장에 등장한 권 행장은 장내서 제일 먼저 기립한 김 내정자가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끝까지 잡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내정자는 권 행장의 뒤를 이어 입장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과만 악수를 나눴다.
김 내정자와 권 행장은 이임식 내내 맨 앞 줄 가운데 자리에 나란히 착석했다. 그러나 이임식이 끝난 뒤 이어진 임원진 기념촬영 때 김 내정자는 권 행장의 옆 자리를 한사코 피하려고 했다. 다른 임원들을 권 행장 쪽으로 보내며 한사코 끄트머리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던 김 내정자는 다른 임직원들의 강권 끝에 결국엔 권선주 행장의 옆 자리로 옮겨 촬영에 임했다.
이날 권 행장의 이임식을 연 기업은행은 오는 28일 김 내정자에 대한 취임식을 갖는다. 김 내정자는 그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으로서 은행의 경영전략 방향 기획 및 추진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이번 행장 취임을 통해서는 권 행장에 이어 기업은행의 내부승계 전통을 유지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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