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임기 마지막 해를 이끌어갈 진영을 마련했다. KB사태로 술렁인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했던 게 지난 2년이라면, 남은 1년은 본격적인 '윤종규 식 경영 스타일'을 내보일 수 있는 일종의 승부 기간이다.지난 28일 이뤄진 KB금융 조직개편에서 대표적인 것은 WM과 CIB부문의 그룹 협업체제와 은행 내 신탁사업 강화다. KB금융은 "WM과 CIB부문에서의 지주,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체제를 시행하면서 특히 은행 WM그룹에 IPS(투자상품서비스) 본부를 신설, 증권과 협업할 예정"이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신탁 사업에서의 자산관리와 은퇴 노후시장의 성장을 준비하고, 퇴직연금과 신탁사업 부문의 시너지 확보를 위해 신탁본부를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나 신탁사업 강화는 최근 은행권의 공통적인 화두다. 하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이날 조직개편의 주요 특징이 지난 13년 전 국민은행에서 이뤄졌던 개편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재임기간 중 네 차례에 걸쳐 자신만의 진영을 완성시켜 나갔다. 국민은행 합병 당시 23본부 101팀이었던 조직을 19본부 84팀으로 1차 슬림화 한 데 이어 2003년 2월 14본부 63팀, 같은 해 10월에는 13본부 65팀으로 바꿨다. 2004년 2월에는 13개 사업본부를 기능 중심의 9개 그룹과 4개 본부로 재편했다.
김 전 행장 사퇴직전의 2004년 체계에서 9개 그룹 중 하나가 '신탁기금관리그룹'이다. 2003년에는 신탁사업본부였으나 이듬해 조직개편 때 그룹으로 편제됐다. 2016년 신탁본부가 2017년부터는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된 것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다.
2004년 2월 조직체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PB/Asset Management그룹'이다. 이전 조직체계에서는 개인 자산관리 쪽을 전담하는 본부가 따로 없었으나, 2004년 그룹제로 재편하며 신설한 것이다. 당시 김 전 행장은 외국의 선진금융모델 등에 관심을 보이며 기업금융 뿐 아니라 특히 자산운용이나 신탁업 확대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17본부 58부 2실 체제였던 국민은행을 11그룹 9본부 59부 1실 체제로 바꿨다. △본부에서 그룹 체계로의 변화 △자산관리와 신탁사업 강화 등 윤 회장 취임 후 단계적으로 이뤄졌던 조직개편 키워드가 김 전 행장의 행보와 맞닿아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김 전 행장을 일컫는 수식어 중엔 '뚝심'과 '승부사'가 있다. 논란을 무릅쓰고 당시 1, 3위 은행이었던 국민과 주택은행 합병을 주도, 2위와는 덩치가 두배 이상 차이나는 확고한 리딩뱅크를 만들어낸 점이 이런 수식어를 뒷받침한다. 2014년 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강조했다. KB의 잃어버린 10년을 메워, 이전의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김 전 행장의 수제자를 자처하는 윤 회장의 내년 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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