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04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남부발전은 결국 지난해 말 일괄신고 당시 기재한 채권 발행량을 줄였다. 입찰할 때마다 발행액을 임의로 조정하다보니 목표 채권 발행액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남부발전은 유효수요를 무시하고 높은 금리를 써낸 기관의 물량만 골라내는 행위를 반복했다.일부 금융기관을 포함한 공기업, 한전 자회사 등은 빈번한 채권발행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요건을 맞춰 일괄신고를 할 수 있다. 전체 발행액만 공시한 뒤에 발행 횟수, 1회 발행량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형태다.
하지만 몇몇 일괄신고 대상 기업은 이를 악용해 발행 전 발표했던 목표물량을 무시하고 발행액을 고무줄처럼 조정했다. 유효수요 안에 있는 형성된 금리를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금액만 골라내는 것이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려고 발행사가 과욕을 부릴수록,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손실은 커진다. 이는 다시 '수수료 녹이기'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증권사가 낮은 금리로 채권을 인수한 다음,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시장에 다시 내놓는 방식이다. 수익 자체가 적다보니 실적을 쌓는 데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더벨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5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발전사 관계자는 "제도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데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말만 내놓는다.
하지만 투자은행(IB) 현업에 있는 이들은 그 제도가 문제라고 말한다. 발전공기업의 '갑질'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일부 일괄신고 채권에도 수요예측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남부발전은 4회, 서부발전은 3회 채권 발행에 나섰다. 국내 일반기업 중 빅이슈어들의 발행횟수와 상응하는 정도로. 수요예측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이 "불건전 채권 인수 사례가 지속할 경우 일괄신고채권에도 수요예측을 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후 발전 자회사의 불건전 관행은 눈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일시적이었다. 최근에도 '수수료 녹이기', 임의적 물량 조절 등의 문제는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제도 개선없이 경고만으로 관행을 바로잡는 건 무리였다.
당국 관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할 문제로 인식은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일괄신고제는 우량한 신용도와 빅 이슈어(Big Issuer) 지위를 감안해 편의를 봐주는 제도다. 시장을 왜곡하는 데 제도를 활용하는 발행사까지 과도한 편의를 봐줄 이유가 있을까. 일괄신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전 공기업 채권에 수요예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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