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유리기판 투자 당분간 없다" 5년전 제시한 7000억 증설 계획 올해도 미정, 안정화에 '힘'
이명관 기자공개 2017-01-13 08:18:19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3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LCD 유리기판 사업 추가 투자를 당분간 미루고 기존 설비 안정화에 보다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산량 확대가 기대됐던 LCD 유리기판 사업은 올해 역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박 부회장은 12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석유화학협회 신년인사회'에서 유리기판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1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리는 게 최우선"이라며 "현재 기존 공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 다음 (제2·3 공장) 투자는 공장이 안정화된 이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LG화학이 LCD 유리기판 사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009년이다. LG디스플레이는 당시 독일 유리기판업체 체인 쇼트(Schott AG)로부터 LCD 유리 및 평판디스플레이 유리 제조에 대한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이후 2011년에는 경기도 파주에 공장 건설을 완료했고, 이듬해 양산에 돌입했다.
LG화학이 LCD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부문의 불확실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분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가변동에 민감한 기초소재 부문과 달리 LCD 유리기판 사업은 꾸준한 이익과 성장 전망을 얻고 있다. LCD 유리기판 상위업체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이 40%대에 달할 정도다.
아울러 LCD 유리기판 사업 진출로 그룹 계열간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LG화학→LG디스플레이→LG전자'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이를 통해 그려졌다. 하지만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위해서는 LCD 유리기판 생산량 증대를 이뤄야 했다.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보다 코닝, NEG, 아사히글래스 등 글로벌 업체로부터 LCD 유리기판 상당수를 공급받고 있다.
LG화학은 이에 따라 LCD 유리기판 사업 확대를 결정했다. 2012년 4월 7000억 원을 들여 LCD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작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투자는 미뤄지고 있다. 전방산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주요 납품사인 전자업체들이 LCD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디스플레이를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이 투자를 미루게 된 요인으로 점쳐졌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지난해 말 단행된 정기 임원인사 이후 유리기판 부문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을 얻었다. 관련 사업 전문가인 LG디스플레이 출신 정철동 전 부사장을 정보전자소재사업 본부장으로 영입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낳은 요인이 됐다. 정 본부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과 CPO(Chief Production Officer, 최고생산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의 이번 발언을 볼 때 7000억 원대 LCD 유리기판 증설 투자는 올해 역시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정 본부장의 영입도 기존 유리기판 사업 안정화에 힘을 쏟기 위한 목적이 보다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설 공사 착수 후 완료 예상 시점 등을 고려하면 LG화학의 LCD 유리기판 생산량 증대는 오는 2018년까지도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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