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보수 경영 DNA 바뀌나 M&A 방식 사실상 첫 구조조정‥향후 행보 주목
김일문 기자공개 2017-01-25 08:09:4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4일 0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실트론 매각을 결정한 LG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LG실트론 매각은 LG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통해 그룹 구조조정에 나선 사실상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그 동안 LG그룹은 다수의 M&A 거래를 통해 주로 인수자로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왔다. 특히 보수적인 경영 기조와 달리 꼭 인수해야 하는 매물에 대해서는 다분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거래에 임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돼 시장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최근 2~3년간 LG그룹이 보여줬던 행보를 되돌아 보면 이러한 기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눈에 띄는 대형 M&A 거래에서 원매자로 출현해 인수전을 승리로 가져갔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인수주체로 나섰던 동부팜한농의 경우 본입찰 전까지 치열한 경쟁이 지속됐으나 본입찰 직전 발을 뺀 CJ그룹을 제치고 작년 4월 인수에 최종 성공할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M&A로 몸집을 부풀린 대표적인 곳이다. 지난 수년간 매년 크고 작은 업체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거래가 무산됐지만 LG전자의 경우 작년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독일 전자업체인 테크니샛의 자동차 사업부(TechniSat Automotive Division)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고, LG하우시스도 미국 자동차용 플라스틱 기업 CSP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본입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과거에 보여줬던 이러한 행보가 주로 사업부나 기업을 사들이는 인수 쪽에만 편중돼 있었다는 점이다. LG그룹이 그 동안 M&A를 통한 보유 자산 매각이나 계열사를 정리했던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만큼 이번 LG실트론 매각은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도 LG그룹의 LG실트론 매각은 단순한 M&A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거래 규모나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철수라는 의미 외에도 오너십의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쟁보다는 인화와 형제애를 강조하는 LG그룹 오너들의 경영 마인드를 감안할 때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를 SK그룹에 넘기는 이번 결정은 굉장히 눈에 띄는 변화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LG실트론처럼 M&A를 통해 과감한 구조조정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한 분석도 있다. 이번 거래를 LG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신호탄 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실트론의 경우 LG그룹이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일사천리로 의사결정을 내려 진행했다기 보다는 오랜 기간 숙고 끝에 SK그룹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성사됐을 공산이 크다"며 "이번 LG실트론 매각만으로 그룹 오너의 색채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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