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26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bp 드리겠습니다"호텔롯데는 주관사단에 먼저 나서 3년여 전(15bp)보다 높은 회사채 인수수수료율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주관사단은 짠물 수수료의 대명사로 IB업계에서 악명이 높았던 터라 제안은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실상 을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20bp는 회사채 수수료율 정상화엔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상위권 수수료율인 30bp를 밑돈다. 그러나 롯데그룹 하면 손해 안보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보니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금액을 떠나 호텔롯데의 수수료 인상을 평가절하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주관사의 요구없이 자진해서 더 주겠다고 했다면 단순 비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10bp, 15bp를 지급해왔는데 갑자기 30bp, 40bp로 올린다는게 더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작은 변화지만 의미있는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롯데그룹의 변화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렌탈과 롯데칠성음료가 모두 인수수수료율을 올렸다. 롯데렌탈은 2015년 15bp에서 20bp로, 롯데칠성음료는 10bp에서 20bp로 올려 지급했다. 그룹 내 갑 중 갑인 호텔롯데까지 20bp 이상의 수수료율을 지급하게 됐다.
주관사단 입장에서도 최대한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자 모집 등 발행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호텔롯데 회사채 역시 대규모 청약자금을 확보하며 공모액 대비 두 배인 3000억 원으로의 증액발행에 성공했다. 결국 주관사단 수입도 기존 대비 두 배로 늘어났다.
롯데그룹은 여전히 짠물 계열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9bp를 지급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10bp를 고집하는 롯데제과, 15bp의 롯데쇼핑 등을 비롯한 짠물 수수료로 질타를 받는 발행사가 많다.
롯데그룹을 둘러 싼 상황을 볼 때 갈수록 직접금융시장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와 인수단이 하는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대표 발행사로서 자본시장을 이끌어가기 어렵다. 박한 대가를 받고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많이 주고 많이 부리는' LG그룹 전자계열사 딜을 IB들이 왜 열광하는 지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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