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09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3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기존 3그룹 10본부 체제를 3부문 16그룹 체제로 승격키로 했다. 민영화 이후 달라진 경영환경 아래서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우리은행이 내세운 조직개편 목적이다. 2015년 12월 이 행장이 수석부행장 체제를 폐지하면서 3그룹 '트로이카' 체제를 도입한 지 약 1년 만의 일이다.마침 3그룹 체제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제기되던 터였다. 지난달 우리은행장 공모에 참여했던 전현직 임원들은 그룹장 체제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자회사 대표 출신 한 전직 임원은 "그룹장 체제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며 "예전 같았으면 부행장 차원에서 바로 CEO에게 결재 받았으면 될 일도 그룹장을 통해 한 차례 우회해야 하는 건 비효율"이라고 꼬집었다.
일부는 이 행장이 비효율을 감수하고 그룹장 체제를 도입한 이유를 수석부행장에 대한 부담감에서 찾는다. 수석부행장 출신의 또 다른 전직 임원은 "사실 수석부행장 체제에는 알게 모르게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직함을 나눠갖는다는 의미도 있었다"며 "이 행장 입장에선 그룹장 체제를 도입해 수석부행장의 존재로부터 오는 부담감을 크게 해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 행장의 생각은 확고하다. 이행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룹장 체제를 시행하고나서 우리은행이 과거 수석부행장 체제 때 보다 전문성 내지 통솔 면에 있어서 더욱 적합해졌다는 게 숫자로 검증됐다"며 3그룹 체제를 계속해서 이어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1년 간 건전성, 수익성, 해외영업 등의 부분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날 이 행장은 올해부터 3그룹장에게 은행 경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고 본인은 자회사 경영에 보다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진 조직개편 결과 이 행장이 그룹장 직급을 부문장으로 격상시킨 데서 앞선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행장은 3부문 체제를 도입하면서 부문장들에게 책임경영 의무와 조직간 협업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조정 역할 등을 적극 주문했다.
우리은행 부문장들 스스로도 이 행장의 조직개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룹장에서 최근 부문장으로 승진한 손태승 글로벌부문장은 기자와 만나 "직함이 바뀌면 그만큼 대외활동의 폭이 달라진다"며 "같은 일을 다루더라도 대외적인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감에도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옥상옥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행장과 함께 민영 1기의 첫 발을 떼는 3부문 체제는 오는 3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서 공식적인 첫 임기를 부여받는다. 새로 갖춰진 이 행장의 '트로이카'가 지난 1년간 제기됐던 옥상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면 경영 성과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길 외엔 답이 없다. 과연 우리은행 부문장들은 옥상옥 너머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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