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차익거래펀드' 노크...운용사 선정 '세제혜택' 다음달 10곳 위탁, 주식시장 구원 투수되나
강우석 기자공개 2017-02-23 08:21:29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7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Arbitrage)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기획재정부가 차익거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키로 하면서, 관련 펀드를 새로 조성키로 했다. 업계에선 우정사업본부의 투자가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차익거래는 주식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저평가된 현물(또는 선물)을 사고 선물(또는 현물)을 팔아 위험 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뜻한다. 1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용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중소형, 인덱스알파형, 배당형, 사회책임형 등의 유형에서만 위탁운용사를 뽑아왔다.
◇ 자산운용사 10곳 선정 추진…절대수익 확보 노력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국내주식 차익거래형 위탁운용사의 선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2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정성평가 및 정량평가를 거쳐 오는 3월 말 10곳의 자산운용사를 뽑을 계획이다.
현재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500억 원 이상인 자산운용사 중, 운용기간이 1년 이상이며 최근 3년 간 평균 설정액이 100억 원을 넘는 인덱스펀드(코스피200 벤치마크)를 운용하는 곳만 지원할 수 있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우정사업본부의 해지의사가 없을 경우 자동 연장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운용성과(80점) 부문을 정량평가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최근 3년 간 운용성과를 세 구간으로 나눠 각각 15점, 22.5점, 37.5점 이내에서 점수를 매긴다. 성과가 지난 2년 동안 일관되게 안정적이었다면 정량평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펀드의 운용기간(5점)이 길거나 운용규모 및 인력(15점)이 풍부할 경우에도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정량평가를 통해 추려지는 운용사는 약 20여 곳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성평가를 실시한다. 운용전략(50점), 운용 전문성(35점), 위험관리 방안(15점) 등을 고려해 최종 위탁사를 선정하게 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인덱스펀드는 바스켓이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상반된 포지션을 동시에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익거래 기법으로 절대수익을 꾸준히 달성할 수 있는 운용사를 뽑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선정되는 10곳의 자산운용사는 우체국예금·보험의 운용풀(Pool)에 합류하게 된다. 5곳의 운용사는 예금사업단, 나머지 5곳의 운용사는 보험사업단의 자금을 각각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차익거래형 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차익거래세 당분간 면제…구원투수될까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형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세금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부과하는 증권거래세(거래대금의 0.3%)를 201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키로 했다. 코스피200과 미니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선물과 개별주식 선물을 기초로 하는 차익거래 등이 세금면제 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또 "조세특례제한법 상으로는 오는 4월 1일부터 증권거래세가 면제되지만, 해당 시점에 당장 자금을 집행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올 상반기 중에는 위탁운용사에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당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기관투자가들에 거래세를 부과하면서 차익거래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돼왔다. 차익거래 시장의 규모는 최근 4년 사이 10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량도 90% 줄어들었다. 우정사업본부는 거래세 부과 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거래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등 주된 유동성 공급자였다.
전문가들은 우정사업본부의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의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 투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 현물·선물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차익거래 청산 물량이 늘면서 선물·옵션 만기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식시장도 활기를 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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