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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경영'의 리스크 [thebell desk]

이승우 WM부 차장공개 2017-02-23 08:29:12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0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라면과 과자 회사로 유명한 A 그룹. 아흔에 가까운 이 그룹 회장은 아직도 회사 업무를 챙긴다. 아들에게 경영을 맡겼다고 하지만 가끔 노구를 이끌고 회사로 출근, 제품의 작명까지 한다. 지금의 그룹이 그가 써 온 역사이기에 아들은 물론 임직원들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 수년 전 회장이 바뀐 이후 B 금융그룹 부행장들은 항상 바쁘다. 직원 및 조직 관리, 안팎의 정치 이슈 등 정무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들이 실무 스터디에 한창이다. 실무자급 수준의 '숫자'를 항상 머릿 속에 둘 정도라 한다. 회장도 그렇다고 하니 그를 보좌하는 임원들이야 두말 하면 잔소리다.

# 디테일(detail) 경영의 시대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CEO에게 요구되는 건 '제너럴(general)의 미덕'보다는 '디테일의 날카로움'이다. 애플의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수많은 성공 사례가 국내 기업들게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수장이 디테일에 강하면 장점이 많다. 우선 CEO가 직원들의 업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리스크관리에 수월해진다. 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후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대의 변화에 적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CEO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면 직원들이 피곤해진다. 최정점의 권력자가 실무까지 챙기거나 혹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면 직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다수의 임직원이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서 힘은 더욱 정점으로 모이게 된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디테일 경영의 이면에는 권력의 메커니즘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회장이 실무를 다 챙기는 A 그룹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엇갈린다. 노욕(老慾)이라는 혹평과 더불어 그를 능가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불가피론이 양립한다. 어쨋든 수장에 버금가는 2인자를 키워내지 못한 시스템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저평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오너가 아닌 B 그룹 회장의 디테일 경영은 권력욕으로 대치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그 스스로가, 그리고 그를 향한 시선이 노골적이다. 그래서 B 금융그룹 역시 2인자가 없다.

최근 B 금융그룹은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다. 그룹내 만사를 챙겼던 회장이 그 일도 돌봤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더(order)'가 위에서 내려갔든, 밑에서 올라갔든 결과적으로 회장이 조율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방패막이를 해줄 만한 그룹내 2인자도 없으니 시선은 오직 한 곳으로 쏠린다. 디테일 경영의 모든 리스크가 여과없이 노출된 경우다. 디테일 경영이 지향하는 바, 그리고 이를 구현해내는 운용의 묘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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