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1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레토(Pareto)가 의도치 않게 자산관리 사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의 배분 법칙을 제시하면서다. 파레토 법칙이란 '상위 20% 사람들이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다 혹은 상위 20% 고객이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공식이다.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세일 기간에 미어 터지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백화점이 장사가 잘되는구나'라고 판단하면 안된다. 실제로는 조용한 시즌에, 제가격을 주고 물건을 사가는 VIP 고객이 그 백화점을 먹여 살린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20%의 부자가 전세계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법칙도 얼추 맞아 떨어진다.
파레토 법칙은 자산관리 사업의 타깃을 명확히 제시해 주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를 보유한 VIP를 대상으로 하는 WM 비즈니스가 결국 금융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 중 일부는 파레토 법칙을 더 엄격히 적용한다. 상위 20%가 아닌 1% 부자 고객만을 타깃으로 한다. 이 회사는 IB 비즈니스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WM 고객을 IB 딜에 접목시키고 있다. 즉 기업 M&A 딜에 WM 고객의 자금을 투입, 자연스럽게 IB와 WM의 시너지가 생기게 된다. IB와 WM 양쪽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훌륭한 사업 모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파레토 법칙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실전에 적용해 나가고 있다. 삼성증권은 고액자산가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SNI를 일찌감치 내놓았고 NH투자증권은 프리미어블루, 신한금융그룹 역시 신한PWM 프리빌리지를 개설해 놓고 있다.
문제는 VIP를 위한 WM 비즈니스는 항상 비용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WM 지점과 부서는 비용 대비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항상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른다. WM 부서는 사내에서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과연 국내 금융회사들이 WM 비즈니스의 목표나 타깃을 제대로 잡고 있느냐다. VIP 비즈니스와 기존 PB 비즈니스, 즉 리테일 전략과의 차별화를 이뤄냈느냐에 대한 반문이기도 하다. 기존 거래하던 고객들에게 WM 비즈니스의 패러다임만 이식시키려고 억지를 부린 건 아닐까. 혹은 WM 비즈니스의 실체가 없거나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공에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 건 아닐까.
국내 금융회사 CEO들의 짧은 임기는 항상 효율성을 따지게 만든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WM 비즈니스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대한 구상과 노력은 사치로 보이게까지 한다.
최근 국민은행이 조직개편을 통해 고액자산가 담당 WM 지점(스타 PB센터)을 리테일 담당인 영업그룹으로 편입시켰다. 리테일 부문이 워낙 막강한 국민은행인지라 WM 비즈니스도 리테일 부문이 맡으면 제대로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파레토 법칙을 적용해 보면, KB는 역주행이다. 80%를 가진 20%에 집중하는 게 아닌 20%를 가진 80%의 고객기반에 너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게 아닐까 생각된다. 1%에 집중하는 외국계 금융회사와 80%에 강점이 있는 KB, 10년 그리고 20년 후 WM 비즈니스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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