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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캐피탈의 '디지털금융' 청사진 [thebell note]

원충희 기자공개 2017-03-30 09:10:00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9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A카드사에서 보내준 인사자료를 보다가 '디지털본부'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신설된 조직인가 싶어 문의했더니 기존의 핀테크본부를 개명한 것이라고 했다. 조직명 외에는 딱히 변한 게 없었다. 혹시 디지털전략과 관련해 장기적 플랜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대략적인 방향도 잡힌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름만 바뀌었지 이렇다 할 청사진은 없다는 의미다.

이 카드사뿐일까. 최근 금융권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디지털을 내세우며 관련부서 신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경영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불행하게도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금융사가 부지기수다.

그런 와중에 디지털금융 관련, 눈에 띄는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KB캐피탈이다. 이 회사가 올 초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한다고 할 때만 해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 카드는 디지털이나 핀테크 등이 잘 맞는 업종으로 여긴 반면 자동차 할부·리스에 주력하는 캐피탈사의 디지털화는 딱히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딜러를 끼고 대면영업을 하는 특성상 디지털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

편견은 얼마가지 않아 깨졌다. 최근 만난 KB캐피탈 고위관계자를 통해 중고차 모바일 플랫폼 'KB차차차'를 활용한 디지털금융 전략의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작년 6월에 출시된 KB차차차는 국내에 거래된 중고차 빅데이터를 분석, 시세를 제공하고 허위매물을 자동적으로 걸러지게 만든 모바일 사이트다.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100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달 초 방문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쟁 캐피탈사조차 정보 비대칭성으로 레몬마켓(Lemon Market)이란 악명을 가진 중고차시장을 체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KB캐피탈은 차차차 모바일 앱을 시세조회 후 바로 금융까지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로 계약할 수 있는 약정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렌터카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수리업체 등을 연계하면 자동차 관련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카카오 등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들이 O2O(Online to Offline)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맞춰 내부 프로세스 디지털화도 추진 중이다. 신차·중고차금융 업무를 무서류로 처리할 수 있는 5개 점포를 시범 운영하는 것 또한 영업 프로세스 디지털화의 일환이다. 향후 성과를 보고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내부 프로세스 디지털화가 완성되면 외부 디지털 생태계와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 KB캐피탈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다.

KB캐피탈의 디지털금융 청사진이 성공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아직 개념조차 잡지 못한 타 금융사보다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적어도 디지털금융을 한다면 이 정도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 허울뿐인 디지털은 안 하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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