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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장 인선 갈등, 누구를 위한 파행인가 [thebell desk]

안영훈 금융부 차장공개 2017-04-18 09:47:19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7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장 인선 파행이 두달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인선 파행을 자초한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는 적임자 선출을 위한 과정이라고 포장하지만 현재 행추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행추위의 인선 파행을 5월 대선 이후 새정부 측이 내정하는 관료 출신 후보 추천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관측만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대표이사 공백사태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지난 3월 2일 최종구 전 대표이사가 수출입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대표이사 공백사태를 맞았다. 한달여가 지났지만 서울보증보험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준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자리는 '관피아 전용석'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이 대표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5월 대선 이후에나 열 것으로 처음부터 바라봤다. 대선 이후에나 새정부 측이 미는 후보가 정해지기 때문이란 추측이었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추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달리 수협은행 행추위는 어쩐 일인지 지난 2월 23일 '수협은행 은행장 공개모집 공고문'을 발표하며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 추천 절차에 착수했다. 1차 공모와 재공모에서는 정부의 사전 언급없이 개인적으로 지원한 이원태 전 수협은행장을 빼고는 관료 출신 후보 지원자도 없었다.

당시 대선이 두달 넘게 남은 상황에서 차기 수협은행장 선출 절차가 시작되자 수협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 수협은행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파행이 지속되면서 민간 출신 수협은행장 기대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수협은행 공개모집에 나선 것도 정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행해졌다는 의견이다. 정관상 수협은행장 임기만료 도래시 60일에서 40일전에는 행추위를 구성해야 하고, 수협은행 행추위가 후보 공개모집을 발표한 것은 이원태 전 수협은행장 임기만료 49일 전이다.

시장의 의혹과 함께 수협은행장 선출 권한을 쥐고 있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조차도 행추위의 시간벌기용 인선 파행을 비난하고 있다. 김 회장은 관료가 내려와서 은행을 경영하면 은행이 힘들고 과거에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정부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오는 20일 후보 선출을 위해 또 다시 회의를 가진다. 많은 이들이 이날 회의도 파행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2~3차례 정도 회의를 갖다가 대선 이후 3차 공모를 통해 관료 출신 후보 지원자를 선임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수협은행은 이번 은행장 인선 파행으로 많은 상처를 안게 됐다. 누가 차기 수협은행장이 되더라도 조직 임직원이 안고 가야 할 이번 상처는 봉합되기 어려울 지 모른다.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수협의 미래를 위해 서로 한걸음 뒤로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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