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개발금융·해외PF 지원 '축소한다' EDCF 지원국 배제, 우량 국가만…건설사 옥죄기, 대우건설 사태 탓
김장환 기자공개 2017-05-08 10:29:23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8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로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개발금융 지원을 보다 타이트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동시에 조선사뿐 아니라 건설사들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국내 건설사들의 성장 동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해외 개발금융 지원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PF 공사 자금 지원 대상국을 크게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부실이 크게 확대되면서 여신 리스크를 보다 강도 높게 관리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위해 해외 개발금융 지원의 경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지원하는 국가보다 등급이 높은 국가에만 한정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최근 정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잇따랐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개발금융 지원 협약 등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이 개발금융 지원을 옥죄기로 한 것은 개별 프로젝트들에 대한 리스크를 직접 짊어져야 한다는 점 때문으로 전해진다. 개발금융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만 이 중에서도 개발도상국 인프라 개발을 직접 지원하는 부문의 경우 부담이 크다. 일례로 아프리카 지역에 병원이나 도로 등 국가 인프라 시설 건설을 지원했다가 공사 지연, 국가 부도, 혹은 건설사 파산 등 특정 요인이 발생하면 지원 자금 미상환 리스크는 고스란히 수출입은행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발 도상국에 대한 금융 지원은 국책은행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부문으로 해외 개발국에 자금을 지원해 향후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국내 업체들이 얻을 수 있다는 국가적 차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개발금융 기준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탓에 부실이 커진 수출입은행이 결국 리스크가 큰 부문은 당분간 중단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PF 진출 역시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판단된다. 우량 국가에서 진행하는 PF 금융은 이전처럼 원활한 지원을 하겠지만 개발도상국 등 우려가 큰 국가에서 따낸 수주건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활로가 막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특히 조선사와 건설사에 몰린 익스포저를 올해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입은행은 총 여신에서 상위 20대까지가 모두 조선사와 건설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대규모 부실이 터지자 조선사뿐 아니라 건설사들의 여신 규모까지 큰 폭으로 줄여 한쪽에 집중된 리스크를 희석시키겠다는 판단이다. 가장 먼저 조선사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을 크게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이 이처럼 보다 타이트한 관리에 나서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자본적정성이 크게 훼손된 탓이다. 추가적인 손실 발생시 정부 당국에 손을 재차 벌려야 할 수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조 5000억 원대 달하는 손실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7%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규제 기준(10% 이상)을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특성상 BIS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곧바로 어떤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추가 손실이 조금만 더 발생해도 BIS비율이 보다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수출입은행이 향후 자본확충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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