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출장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올해만 9차례다. 한 달에 두번 꼴이다. 방문 지역도 미국·중국·러시아·스위스·스페인·베트남·터키 등 다국적이다. 지난해 정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총 9회였다. 일 년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이미 지난해와 맞먹는다.모터쇼 등을 비롯한 행사 참관 및 현대차가 진출해 있는 생산기지와 판매 현장을 살피는 게 주요 목적이다. 올해 국내외에서 열린 모터쇼에 빠짐 없이 참석했다. 행사 경중이나 시의성 등을 따져 선택적으로 참석하던 예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자율주행·사물인터넷 등 IT(정보기술)와의 결합으로 과거 단순 이동수단에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모터쇼 참석 등을 위시한 출장 일정이라도 현지 생산공장과 영업 현장을 빠뜨리지 않고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미국, 러시아, 터키 출장이 그런 경우였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를 '글로벌 현장경영'이라고 부른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올들어 더욱 숨가쁘게 해외를 찾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겠지만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돼 있을때도 현대차는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최근 들어선 글로벌 판매 목표량 등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감안해 목표치를 높여 잡았지만 이 역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드 여파로 중국 내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고, 미국 시장은 보호 무역주의 풍파에 수출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 부회장이 해외 생산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세일즈맨들이 토로하는 고충과 어려움을 새겨 듣는다고 당장 판매량이 증가하거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일선을 직접 최우선적으로 찾는 모습은 잠수함의 토끼 혹은 탄광의 카나리아를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탁상 경영으로는 자칫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위험 신호를 현장 가까이에서 챙기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현장 경영 행보가 신뢰 경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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