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02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수개월째 하루걸러 법원을 찾고 있다. 올 3월 경영 비리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배임 사건 공판이 시작된 이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빠짐없이 서울중앙법원에 출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법원서 꼬박 하루를 보낸다.신 회장이 그룹 비리 의혹으로 받고 있는 재판은 모두 3개다. 지금은 형과 누나에게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이게 끝나면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 사건 재판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뇌물공여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참석했다. 공판 기일이 확정되면 그는 거의 매일 법원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이어서 출석을 회피할 명분도 없다. 형과 경영권 분쟁 소송까지 겹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재판에서 실형이 확정될 경우 그는 더 큰 위협을 받는다. 일본 계열사 등기임원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게 된다. 일본 롯데 소액주주인 신 회장의 이사직 상실은 퇴출을 의미한다. 한국 롯데 지위도 위태롭게 된다. 일본에 뿌리를 둔 롯데의 태생적 한계다.
구석에 몰린 신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지주사 전환이다. 지배 투명성을 명분으로 한 지주사 전환 이면에는 한일 고리인 호텔롯데와 화학 등 주력 계열사 영향력 확대 포석이 깔려 있다.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분할합병에 이은 재합병, 주식스왑, 상장, 국가 간 계열분리 등의 수술이 이뤄진다. 기업 지주사 전환 기법이 총 동원된 '종합판'이다.
신 회장의 종잣돈은 롯데쇼핑과 롯제제과 지분이다. 핵심자산을 발판으로 밑에서 한 계단 씩 오르는 길을 택했다. 통합지주 설립은 그 첫발이다. 계획대로 일이 성사되면 지배구조 최하단과 최상단의 위치가 바뀐다. 그 위에 신 회장이 있다. 이는 대기업 구조조정 역사에 없던 일이다. 과거 LG그룹 등 일부가 계열분리 후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으나 이는 소유주가 위에서부터 시작한 일이다. 한일 분리를 모색 중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체제 정비는 신 회장 개인의 이해를 떠나 재계에 주는 의미도 적지 않다. 소유 측면에서 비지배 주주가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증명하게 된다. 지배구조 정비를 검토 중인 다수 기업에게 훌륭한 교보재로 쓰일 것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주 반대와 소송 등의 변수가 놓여 있다. 이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분할합병을 위한 주총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그 뒤에는 드러나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파트너인 일본 롯데 경영진 설득도 과제다. 무엇이든 내놔야 한다. 고령으로 노환을 앓고 있는 부친의 건강도 변수다.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신 회장의 시원한 끝내기 한판을 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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