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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DNA' 제주항공, '현금이 왕' 3500억 축적 [기로에 선 LCC]③'돌 다리도 두드린다' 보수경영, 과당경쟁 불황 대비

이효범 기자공개 2017-06-19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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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가 부실한 항공사에 대해 면허 취소까지 검토한다는 정부 방침에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객 급증과 저유가 등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이어온 저비용 항공사(LCC)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LCC는 외형성장에도 불구 불안한 재무구조가 늘 생존을 위협하는 불씨가 되고 있다. 개별 LCC의 실적과 수익 구조, 재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09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은 재계에서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사세를 확장하기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내실경영을 중시한다. 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스타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저비용항공사의 '저원가 고수익' 사업모델을 차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자금운용 전략에서도 보수적 색채가 묻어난다. 자체적으로 창출하는 현금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외부 차입을 최소화한다. 2015년 상장으로 유입된 현금과 함께 매년 발생하는 순이익을 토대로 수년째 현금을 쌓았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포함)이 3426억 원이다. 보통예금과 외화예금으로 구성된 현금성자산 1381억 원과 단기금융자산 2045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산 총계 6638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자산

보유 현금의 대부분은 2015년 11월 상장을 통해 유입됐다. 당시 신주를 발행해 자본 1650억 원을 확충했다. 2014년 말 801억 원이던 자본총계는 상장 직후인 2015년 말 2318억 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거둔 순이익 1206억 원을 기반으로 결손금을 모두 해소했다. 2016년부터 발생한 순이익이 유입되면서 1분기 자본총계가 2758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활동에 따른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호텔사업 투자와 배당금 지급에 현금이 유출된다. 제주항공은 연계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홍대입구역 복합역사에 지상 17층, 전체면적 5만 4000㎡ 규모의 최신식 복합쇼핑몰과 호텔을 짓는다. 투자금은 600억 원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또 2015년과 2016년 각각 104억 원, 131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년째 배당으로 유출된 현금은 235억 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최대주주인 AK홀딩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지급됐다.

다만 유출되는 투자금과 배당금은 대부분 영업을 통해 창출 가능한 수준에서 집행되고 있다. 작년 말 영업활동을 통해 1167억 원이 유입됐으나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을 통해 유출된 현금이 691억 원과 7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으로 투자금을 모두 충당하는 셈이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불황에 대비해 현금 확충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는 여러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을 넘보면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또 아직까지 저유가 혜택을 보고 있지만 유가가 급격하게 치솟을 경우 원가 상승을 감당해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곳간에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업황이 언제 꺾일지는 알 수 없다"며 "불황에 대비해 자금을 축적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는 전략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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