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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EDCF 사업자 선정 기준의 모호함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7-06-22 10:30:07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사 해외건설 부문 실무진들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지원하는 해외 현지 사업 때문이다. 몇 달 전 '로이스트(Lowest)' 낙찰 방식 공개입찰에 참여해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단꿈을 꿨다. 수출입은행은 이후 몇 개월간 최종 낙찰자 발표를 미루며 애를 태우고 있다.

그 이면에 B사가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B사는 당시 입찰에 참여했다가 최저가를 내지 못해 후순위로 밀린 곳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로이스트로 선정되지 않아도 뒤집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트랙레코드 우위는 중요치 않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정부 관계자들만 잘 구워삶아도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수출입은행은 이를 오해라고 말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EDCF는 감사원의 주요 감사 대상인데다 항상 구설이 많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사업자 선택은 자신들이 할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수출입은행에서 하는 일은 입찰자가 제대로 된 서류를 구비했는지, 업무를 실제 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판단 뿐이다. 사업자 선택에서 현지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시인한 셈이다.

EDCF는 개발도상국 산업화를 돕기 위해 1987년 설립된 정책기금이다. 주무부처는 기획재정부이고 수출입은행이 운용 실무를 전담한다. 사업비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로이스트는 말 그대로 가장 적은 혈세를 가져다가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그런데도 후순위 사업자가 선정된다는 건 동일 사업에 오히려 보다 많은 국민 세금을 가져다 쓰겠다는 곳을 선택한 결과가 된다.

이런 가운데 EDCF가 수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EDCF는 지난 몇 해 동안 수백 억~수천 억 원대 순손실을 지속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손실이 1조 원에 육박한다. 수익 사업이 아닌 만큼 적자를 탓 할 수만은 없다. 다만 로이스트가 별 문제도 없이 탈락할 수 있는 현실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EDCF 등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작 이를 운용하는 수출입은행은 사업자 선정에서조차 확고한 기준과 감독 능력이 미흡해 보인다. 이쯤되면 이미 지원한 사업들은 과연 제대로 살펴보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이제라도 명확한 기준과 보다 적극적인 운용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EDCF를 둘러싼 불신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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