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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추대' 매번 논란 은행聯…투명성 높인다? [은행연합회 회추위 검토]①반복되는 낙하산 논란.. "조만간 도입 여부 결정"

안경주 기자공개 2017-07-03 09:11:00

[편집자주]

전국은행연합회가 설립 89년만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도입을 검토 중이다. 총회와 금융위원회 승인 관문을 넘어설 경우 회장 선출의 투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검토 시기가 왜 지금인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회추위 설립 추진 배경과 향후 운영 방안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8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11월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각 은행 지부 노조원들은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열리는 은행연합회 회의실 앞에서 "밀실 낙하산 인사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사회 개최에 앞서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현 은행연합회장) 내정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30일. 신동규(행시 14회)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박병원(행시 17회)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유지창-신동규-박병원' 순으로 잇따라 회장에 선임되면서 '모피아' 출신 인사들의 철밥통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말 많았던 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 은행연합회가 칼을 빼들었다. 매번 회장 선출 때마다 '내정설', '낙하산 인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총대를 맨 사람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다.

◇끊이지 않는 논란 잠재울 수 있나

하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설립 검토와 관련해 "그동안 누가 은행연합회장으로 오더라도 매번 시비거리가 됐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토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내정설 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된 회장 선출 방식을 바꿔 인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회장 선출과 관련한 지금의 정관이 모호하게 돼 있는데다 폐쇄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어 사실상 정부 임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정관에는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고 연합회를 대표해 그 업무를 통리한다(22조1항)'고만 돼 있다. 정관에 명확한 절차가 없다 보니 통상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을 내정하고 총회에서 추대하고 있다.

그동안 회장 선출과 관련해 형식적으로 은행연합회 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뽑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금융당국에서 '찍어준' 사람을 추대하는 형식이었던 셈이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3년 전 하 회장의 내정설 역시 다른 후보에 비해 금융당국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위해 하 회장(당시 한국씨티은행장)이 미국 씨티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금융당국이 고마워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회추위와 같은 공식 기구 구성은 커녕 내·외부 공모 또는 사전 검증 절차조차 생략됐다는 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전직 은행장은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누군가를 제안하면 대부분 그대로 가는 식"이라며 "정부의 뜻이라는 걸 아는데 (은행장들이)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장들은 회추위 설립 등 회장 선출 방식 변화 요구를 애써 무시하기도 했다. 2014년 하 회장 선임 당시 금융노조에서 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선출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연합회가 회추위 설립을 검토한 시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것으로 보인다. 하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회추위 설립을 검토한 것은 아니며, 꽤 오래 전부터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검토 시점과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회추위 설립은 검토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향후 최종 결정이 나면 구체적으로 검토 시점과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언제쯤 회추위 가동할까

은행연합회가 회추위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절차를 갖추자는 뜻으로 보인다. 투명한 검증절차를 거쳐 논란거리를 최대한 차단하자는 의미다. 은행권 안팎에선 회추위가 설립되면 정부가 관행적으로 회장 자리를 좌지우지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회추위 설립이 구체화될 수 있을까. 하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만료된다. 차기 회장 선출부터 회추위를 구성, 운영한다고 감안하면 늦어도 9월 말까지 정관 변경 등 제도적 정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역산하면 회추위 설립과 관련한 내부 검토와 이사회 의결을 늦어도 8월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역시 최대한 빨리 내부 검토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 회장은 "회추위 설립 검토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언제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가능한 빨리 검토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일각에선 은행연합회가 회추위를 가동해 회장을 선출하더라도 내정설 또는 낙하산 인사와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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