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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8조 만기, 자본성 사라지고 부채성만 [영구채 조기상환 폭탄]3~5년물 회사채와 '동급' 분류…미행사 시 금리 페널티·평판 훼손

민경문 기자공개 2017-07-13 06:30:00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6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리드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으로 불리는 영구채는 몇 년 전까지 국내 기업들의 주된 자본 확충 수단이었다. 유상증자와 달리 최대주주 지분 희석 없이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다. 회계상으로도 100% 자본을 인정받고 있다. 비싼 조달 비용에도 불구 꾸준한 인기를 구가해 왔던 이유다.

이 같은 영구채가 최근 '부메랑'이 돼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조기 상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내년에만 2조 8000억 원어치의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콜옵션을 무시하면 막대한 금리 페널티가 기다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영구채를 만기 3~5년짜리 회사채와 '동급'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영구채는 자본과 부채 사이에서 애매한 존재감을 갖는다. 부채조달 비용보다 비싸지만 자본조달보다 싼 건 분명해 보인다. 비우량기업들은 재무개선을 위해, 우량기업들은 신용등급 방어 등을 목적으로 앞다투어 이를 활용했다.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가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받자 더욱 탄력을 얻었다.

후순위성으로 신용등급이 회사채 대비 한 노치(notch) 낮게 평가됐고 그만큼 조달 비용도 컸지만 기업들은 즉각적인 부채비율 감축 효과에 열광했다. 최대주주로선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지분 희석을 염려할 필요도 없었다. 최근에는 생명보험사 등이 RBC 확충을 목적으로 영구채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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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상 영구채 만기는 30년 이상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보유 의지를 가진 투자자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구채 상당수가 3~5년의 조기 상환 옵션을 부여하는 이유다. 조기상환권은 발행사에 있지만 응하지 않으면 가산 금리(스텝업)를 부담해야 한다. 발행사들은 그 때쯤이면 조기상환이 가능할 만큼 회사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 믿었을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조기상환을 전제로 자금 운용에 나선다.

조기 상환 시점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법인이 2012년 발행한 2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상환했으며 신세계건설도 지난달 500억 원 규모 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오는 10월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콜옵션 시한이 도래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같은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대응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무려 2조 8000억 원어치의 영구채가 조기상환을 기다리고 있다. SK텔레콤, 롯데쇼핑 등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은 넉넉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갚거나 재발행(차환)하면 그만이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 포스코에너지 등 시장에서 신용위험이 불거졌던 기업들의 대응 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상환 후 재발행을 통해 실질적 차환을 하더라도 금리 인상기를 고려하면 조달 비용이 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만약 영구채 조기상환은 시장의 컨센서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부실한 재무여력으로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행사들의 평판 하락을 넘어서 이를 투자한 금융회사 전반의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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