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살 때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자산 10조 원의 대기업을 일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그의 집무실 서재에는 1990년대 낡은 초등학교 5학년 도덕책 한 권이 꽂혀 있다. 원년 멤버들은 신입사원 시절 상사보다 먼저 이 도덕책을 만났다.김 회장은 파릇한 새내기 앞에서 도덕책 한 권에 우리가 지켜야 할 모든 기본 원칙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돼서도 초등학교 시절 배운 윤리만 지키면 탈이 없다고 했다. 어른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고,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서고, 파란 신호등이 켜지면 건너는 기초적인 도덕을 지키자는 뜻이었다.
이 같은 윤리 의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 됐다. 하림그룹 행동 철학이 '기본과 상식'이다. 김 회장은 그 토대 위에 오늘의 하림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최근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낙인이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맡고 있다. 수년 전 개인회사인 올품 주식을 장남에게 증여한 게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산 10조 원의 그룹을 2세에게 불과 160여 억 원의 세금을 물리게 하고 넘겼다는 게 요지다. 장남이 유상감자로 세금 납부 재원을 조달한 사실이 더해지면서 악감정이 극에 달했다.
올 6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문제를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았다. 편법으로 10조 원대 부를 대물림 했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이처럼 부도덕한 경영인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간과한 게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하림 승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은 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 지분 34.72%를 소유하고 있다. 장남은 지분이 31.75%(올품 5.31%+한국인베스트 26.44%)로 아직 그에 못 미친다. 단순 2대주주로서 경영에서 배제됐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내이사 자리를 하나도 꿰차지 못했다.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지분 소유권이 절대적으로 김 회장에게 있다.
제일홀딩스 시가총액은 현재 약 1조 2234억 원이다. 지분율로 환산하면 김 회장 보유주식 가치는 4245억 원이다. 이를 장남이 물려받을 경우 절반인 2122억 원을 증여세로 물어야 한다. 현재 가치로 따져도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낸 상속세를 웃돈다. 향후 기업가치 증대를 생각하면 실제 세액은 훨씬 불어난다.
김 회장과 장남이 한 푼도 빠짐없이 세금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회피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존재 정당성인 기본과 상식을 거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장남이 올품 대주주가 되고 제일홀딩스 지분을 늘린 데 대한 의혹도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2012년 주식 증여 시점에 비상장기업인 올품 기업가치는 857억 원에 불과했다. 제일홀딩스 자산 총액은 이때 3조 원에 머물렀다. 당시 올품이 한국인베스트(옛 한국썸벧)를 통해 보유하던 제일홀딩스 지분율은 약 7%이다. 지분율은 이후 제일홀딩스 상장을 거치면서 김 회장과 동일 비율로 불어난다.
앞으로 공정위가 낱낱이 밝히겠지만 여론이 너무 앞서갔다. 하림과 김홍국 회장에 대한 평가는 잠시 뒤로 미뤄두는 게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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