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1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예고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거래소가 지난달 그룹 내 최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상장예비심사를 내준 직후부터 문제가 오히려 커지고 있어서다. 논란이 있는 기업에 상장간소화절차(패스트트랙)를 첫 적용해 심사일수를 줄여준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림그룹 조사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 공정위가 조사를 확정하기도 전이지만 거래소 입장에선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하림그룹이 공정위의 타깃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이달초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직접적으로 그룹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해 편법증여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며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거래소는 지난달 하림의 순수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기업공개(IPO) 심사를 마쳤다. 제일홀딩스는 지난 20일 이미 공모청약까지 마친 상태다. 만에 하나 공정위가 의혹을 입증할 경우 거래소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지는 셈이다. 상장 후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래소가 코스닥 1호로 제일홀딩스에 패스트트랙을 첫 적용한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기업에 심사일수를 줄여주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일홀딩스는 지난 3월 27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줄였다. 지난 5월 11일 예비심사를 승인해줬다. 정상적인 심사기간을 적용해 조금만 심사가 늦어졌어도 상장에 발목이 잡힐 수 있었던 셈이다.

거래소는 제일홀딩스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된 부분을 면밀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그룹 측에 관련자료 징구 요청을 통해 거래내역을 조사했지만 부당지원 혐의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 측 역시 논란을 의식해 내부적으로 법률의견을 받아 거래소에 제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올품→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진다. 제일홀딩스 지분은 김홍국 하림 회장이 41.78%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를 한국썸벧과 올품이 각각 37.14%, 7.46% 차지하고 있다. 한국썸벧의 지분을 올품이 100% 보유하고 있어 올품이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를 지배하게 된다. 문제는 올품 지분 100%를 김 회장이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정위의 추가적인 조사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 직접적으로 (공정위 측과) 같이 들여다보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