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4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LGD)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IR)에서 애플 투자 유치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김상돈 LGD CFO는 정확히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어떤 고객과 약조를 전제로 월 3만장 규모의 투자(5조 원)를 결정했다"고 코멘트 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애플 자금으로 아이폰 전용 OLED패널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는 뜻이다.그런데 뭔가 불분명한 상태에 있다. 이후 시장관계자들은 애플이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원하기로 했는지, 공급물량은 얼마인지, 납품 단가는 어느 수준인지 등 구체내용 파악에 나섰다. 결론은 양사가 핵심인 납품단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급물량은 확정된 것으로 본다. LGD는 내후년인 2019년부터 애플에 6세대 중소형 OLED패널을 월 4만5000장 공급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E6라인 캐파 1만5000장과 증설물량(3만 장)을 합친 규모다. LGD가 거액이 드는 증설을 자신 있게 결정하고 또 IR에서 공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왜 정작 가장 중요한 돈 문제는 빠졌을까. 양사가 한 배를 타고도 돈 문제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LGD가 애플이 납품단가 책정에서 수익성을 보장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처음으로 중소형 OLED에 도전하는 만큼 수율이 불확실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반면 애플은 수익성까지 보장해 주면 LGD에 투자하는 이유가 없어진다. 애플은 현재 OLED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경쟁자를 붙여 납품단가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LGD투자를 결정했다.
사실 아쉬운 것은 LGD다. 고객사 애플이 패널전략을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급선회하며 연간 매출 3분의 1수준이 증발하게 됐다. 그런데 애플이 OLED투자비까지 대주겠다고 하니 평상시 같으면 다소 불리한 조건이라도 받아 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주저하게 된 것은 과거 비슷한 투자유치로 크게 손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0년 일본 샤프가 개발한 최신 LCD패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아이폰에 도입했다. 당시에도 LGD에 투자를 제안해 공급사 다변화를 꾀했다. 그런데 LGD는 수년 만에 이 사업에서 적자를 맛봐야 했다.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애플이 공급사를 추가로 늘려간 탓이다.
LGD의 판단은 옳다. 시장 조기진입과 단기 이익에 눈이 멀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수익성이 불안하면 중소형을 차라리 포기하고 대형 OLED 투자를 늘리면 된다. 애플도 LGD의 다른 선택지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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