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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지주사 CIO' 없앤 사연은 금융당국 '지주사-계열사' 겸직 금지 권고, 도입 후 2년만에 폐지

안경주 기자공개 2017-08-16 09:55:0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0일 1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가 그룹 계열사 자산운용을 총괄하기 위해 지주사 내 CIO(Chief Investment Officer·최고투자책임자) 도입을 결정하자 금융권의 관심이 농협금융지주로 쏠리고 있다. 농협금융 역시 2년여 전 지주사 CIO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CIO 자리를 없앴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운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금융의 이 같은 결정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당시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CIO 체제 도입을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농협금융은 왜 지주사 CIO를 없앤 것일까.

10일 농협금융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초 조직개편 과정에서 지주사 자산운용부문장(상무)인 CIO 자리를 없앤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신 사업전략부문 아래 자산운용전략부를 만들고 홍재은 상무가 자산운용 업무를 맡았다. 사업전략부문은 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글로벌전략, 시너지추진 등을 총괄한다.

농협금융은 2014년말 은행과 생명보험, 손해보험, 자산운용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CIO 체제를 도입하면서 김희석 전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CIO로 영입했다. 또 그룹 내 운용규모가 가장 큰 농협생명의 CIO를 겸직토록 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인 지난해말 지주사 CIO 자리를 없앴고 김희석 CIO는 농협생명만 맡는 것으로 업무가 조정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희석 CIO는 농협생명만 담당하고 홍재은 상무가 계열사 자산운용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금융그룹이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예컨대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자산운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주사 CIO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첫 CIO로 장동기 재무팀 본부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의 CIO 도입은 임종룡 전 회장의 야심작이다. 임 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2014년말 '자산운용 명가'로의 도약을 선포하고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농협금융의 자산운용 규모는 97조 원 수준이지만 농협중앙회와 상호금융 등을 포함한 범농협의 자산운용 규모는 200조 원에 달했다. 따라서 전문 운용인력 충원과 그룹 내 자산운용사인 NH-CA자산운용(현 NH-아문디자산운용)을 통한 해외 상품 수용 등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김희석 CIO를 영입한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렇다면 도입 2년만에 왜 지주사 CIO 자리를 폐지한 것일까. 농협금융과 금융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김희석 CIO가 지주사와 농협생명 CIO를 겸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계열사간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금융감독원에서 겸직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고, 농협금융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금융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주사 CIO 업무가 계열사의 자산운용사업을 컨트롤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농협생명만 겸직하면서 다른 계열사와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며 "이에 겸직 문제를 해소할 것을 권고했고 농협금융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 자발적으로 (지주사 CIO 자리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CIO로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자산운용 등 모든 계열사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김희석 CIO가 계열사 중 한 곳인 농협생명의 자산운용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자산운용은 투자업무로 계열사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주사 CIO가 자회사 CIO를 겸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결국 농협금융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지주사 CIO 자리를 폐지하고 농협생명 CIO 자리만 남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지주사 CIO직을 내려놓은 김희석 CIO는 농협생명 자산운용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현재 홍재은 상무가 지주사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자회사인 농협은행에서 글로벌부문 업무만 담당하는 것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관리부서 업무의 경우 지주사-계열사 간 겸직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현재 농협금융은 글로벌부문과 리스크관리부문에서 홍재은 상무와 김형열 상무가 농협은행 부행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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