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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사모재간접펀드' 주저하는 속사정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7-08-21 10:30:52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4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개의 헤지펀드를 묶어 공모펀드로 만드는 '사모투자 재간접 공모펀드'의 출시가 난항을 겪고 있다. 2년여 간의 논의 끝에 제도가 도입된지 벌써 5개월이 흘렀으나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상품 구조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상품 출시에 주저하는 이유는 투자자 보호 문제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이 여러 장치를 해놨지만 현실적으로 헤지펀드를 공모펀드화 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공모펀드 투자자들이 감당키 어려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헤지펀드는 공모펀드보다 운용보수가 높은데다 성과보수까지 뗀다. 공모펀드 운용사는 이를 낮추기 위해 헤지펀드 운용사와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으나 접점을 찾기 어렵다. 헤지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존 자사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보수를 마냥 낮춰줄 수만은 없다.

펀드 유동성 문제도 우려스럽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특성상 롱숏, 메자닌, 장외거래 등에 펀드 자금 대부분을 쓰고 있기 때문에 포지션 정리가 쉽지 않다. 공모펀드처럼 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바로 환매 자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환매에 대응하다 운용 전략이 훼손될 여지도 크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다.

헤지펀드라는 특성상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헤지펀드가 정말 롱런 할 수 있는 펀드인지, 매니저들은 믿을만한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헤지펀드 시장에 일반 소액투자자들도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그럴듯하나, 투자자보호에 대한 고민이 과연 치열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수수료 문제, 포트폴리오 구성 등 펀드 스킴에 대한 것은 '자산운용사들이 할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운용사들에 전가하는 모습이다.

좋은 금융상품은 제대로 된 제도 하에서 구현된다.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제도 하에서 과연 사모투자 재간접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신규 먹거리가 생겼음에도 자산운용사들이 선뜻 상품 출시에 나서지 못하는 속사정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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