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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수 색깔 지우기 바빴던 거래소, 과제 산적 상장유치 축소·지주사 전환 중단, 변화 가능성…테슬라 요건, 부담 덜 듯

신민규 기자공개 2017-08-22 15:04:31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8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 슬림화에 올인한 인물로 꼽힌다. 10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수행기간 동안 내부조직에 상당한 변화가 가해졌던 셈이다.

다만 최경수 전 이사장과 워낙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탓에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상장유치 조직을 축소한 탓에 당장 내년에는 굵직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딜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의 경우 구체적인 입장 표명 없이 관련 태스크포스(TF) 조직을 해체해 혼선을 빚었다. 거래소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상장 지원책으로 여겨졌던 '테슬라 요건' 도입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사례가 등장하지 않아 골치를 썩인 제도로 회자된다.

◇ 상장유치 조직 축소, 유가 딜 가뭄 초래…해외 선진기업 유치실적 미미

정찬우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선임된 지 2개월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상무급 집행간부를 15명에서 10명으로 33% 줄인 데 이어 유사기능을 통폐합해 15개팀을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35부 2실 125팀 체제에서 33부 6실 110팀으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상장유치 조직이 대폭 축소되기도 했다.

그동안 상장유치를 담당했던 팀을 모두 없애고 팀장 3명을 타부서로 이동시켰다. 기존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는 상장유치실로 축소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유치 업무는 본부 내 증권시장마케팅실에서 겸하도록 했다.

관련 업계에선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 한 정찬우 이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경수 전 이사장이 강조한 상장 건수 위주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전략이라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주목도를 높였다.

상장유치 조직 축소는 당장 내년 먹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닥 딜의 경우 상장건수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유가증권시장 딜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감소 추세를 보였다. 내년에는 조단위 공모를 실시하는 딜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이사장은 해외기업 상장유치 역시 흔한 중국기업보다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기업의 상장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IB업계에선 사례를 찾기 힘들어 고전한 바 있다. 올해 유일하게 일본기업인 JTC면세점이 사전협의에 들어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유치 업무는 실제 IPO까지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당장은 높은 상장 건수를 유지한다고 쳐도 이른 시일내에 쪼그라들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구發 지주사 전환·IPO 논의 재개 가능성 대두

정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 중책을 수행하던 내부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도 일찌감치 해체했다. 경영기획본부 내에 관련 팀을 신설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지주사 전환 중단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2015년 7월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파생상품시장본부를 각각 자회사로 분리해 본부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최경수 전 거래소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논의가 지속됐다.

정 이사장 임기 동안 중단되긴 했지만 향후 지주사 전환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에서 "코스닥 시장 정체성을 확립하고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거래소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시점에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요건, 사례만들기 부담덜 듯…상장진입 요건 완화, 제동 가능성

정찬우 이사장 임기에 추진됐던 '테슬라 요건' 제도는 향후 사례 만들기 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장진입 요건을 완화하는 제도 장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말 '역동적인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 올해부터 이익미실현 기업 진입 요건(테슬라 요건)이 신설됐다. 테슬라 요건이란 이익이 없는 기업이라도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매출 부문에서 성장성을 갖춘다면 일반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요건에 따라 상장할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일반 청약자에 대해 3개월간 풋백 옵션을 부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IB 입장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셈이었다.

제도가 도입된 후 거래소는 '한국형 테슬라 1호' 찾기에 난항을 겪었다. 대형 증권사를 돌며 사례 만들기에 힘써달라고 읍소하기 일쑤였다. 당장 거래소 수장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카페24' 등이 무리하게 테슬라요건을 적용해 상장을 추진할 필요성은 낮아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장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과도한 진입요건 완화는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언급한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향후 테슬라요건을 비롯해 기술특례제도, 스팩 등을 통한 상장 건에서도 심사가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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