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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인터, 유로본드 약정 요구에 IB 난감 [Korean Paper]적은 자본금, 법률 이슈로 사실상 불가능…글로벌 관행 벗어난 행동

이길용 기자공개 2017-09-25 15:26:08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1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 미국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anjin International Corporation)이 유로본드(RegS) 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약정(Commitment)을 요구했다. 국내 원화 시장에서는 관행으로 인정받지만 외화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는 지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자본금이 적고 내부 정보 거래 법률 이슈가 있어 사실상 약정 제공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이 보증까지 제공했는데도 약정을 요구한 점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지난달 초 유로본드 주관사로 BNP파리바, 다이와증권,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당시 한진인터내셔널 모회사인 대한항공은 외국계 증권사들에게 송부한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약정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원화 채권 시장에서는 주관사들이 총액인수 방식으로 회사채 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을 경우 주관사가 물량을 인수해가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외화채권 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약정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에 지점을 설립하고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을 최소화한다. 발행사에게 북빌딩(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문 미달 물량에 대한 약정을 제공할 경우 자본잠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국내 지점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게다가 법률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미국 증권법에 따르면 약정을 제공할 경우 내부 정보 거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주관사가 약정을 통해 물량을 인수할 경우 배정된 기관들이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채권을 거래하는 꼴이 돼버리기 때문에 법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외화채권 발행 과정에서 발행사가 약정을 받을 경우 수수료가 최소 2%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일반적인 한국물(Korean Paper·KP) 수수료인 30~40bp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증을 확보했다. 지난 2014년 10월 발행된 3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차환하기 위해 이번 딜을 진행한다. 당시에도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제공했고 차환 목적인 만큼 최대 3억 달러까지 보증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은 우리나라 신용등급과 동일하다. 대한항공의 자체 신용도라면 투자자 모집이 어렵겠지만 수출입은행이 보증해주는 만큼 딜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에게 굳이 약정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시장에서 약정을 요구하는 관행은 금융위기 이후로는 사실상 사라졌다"며 "대한항공만 유달리 외화채권 발행에서도 약정에 집착하고 있어 후진적 관행을 자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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