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첨단소재 의왕사업장, 화학에 '디자인'을 입히다 [화학사 빅딜 후]④고객 맞춤생산 전초지 '色 차별화', 곳곳에 옛 삼성SDI 흔적
의왕(경기)=김병윤 기자공개 2017-09-29 08:57:21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국내 대기업 간 화학계열사 간판 교체가 잇달았다. 거래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빅딜이다. 해당 그룹 사업 구조는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거래로 꼽힌다. 과연 계열 변경 후 기업은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어떤 진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화학부문 빅딜 후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8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산본역 출구 앞 택시 승강장. 줄 지어있는 택시 하나를 골라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니 바로 알아차린다. 택시에 몸을 실어 10분여를 달렸을 때 꽤 높아 보이는 유리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봐도 족히 10층은 넘어 보이는 곳. 롯데첨단소재 의왕사업장이 한눈에 들어왔다.의왕시에는 롯데첨단소재 본사와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본사는 의왕시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회사 앞 교차로의 정식 명칭도 롯데첨단소재삼거리다. 의왕시에 입주한 대기업 3곳(지난 5월 말 기준) 중 하나의 위엄일까.
롯데첨단소재 의왕사업장 정문에는 붉은색으로 사명인 '롯데첨단소재'가 적혀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그 아래 자리한 푸른색의 '삼성SDI' 글씨와 삼성그룹의 기업이미지(CI)다. 삼성과 롯데 간 빅딜 후에도 남아있는 삼성SDI 지분(10%)을 상징하는 듯하다.
내부에는 지워진 삼성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외부인을 처음 맞는 보안팀은 삼성그룹 계열사 에스원에서 다른 외주업체로 변경됐다. 삼성그룹에 뿌리를 둔 신라명과가 있던 사내 카페 자리에는 던킨도너츠가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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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탐방을 위해서는 엄격한 보안 절차를 거쳐야 했다. 도촬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1층 로비에 버티고 있는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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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돌면 새 주인 롯데그룹과 주력인 화학사업을 비롯한 북미·유럽·아시아 등에 퍼져있는 롯데첨단소재 32개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 등이 소개돼 있다. 특히 창립 후 50년 동안 그룹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점을 롯데월드타워에 빗댄 표를 보고 있으니 롯데그룹 계열사임이 절로 실감난다.
옆으로 걸음을 옮기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화개장터에 온 듯했다. TV, 에어컨, 스마트폰, 태블릿PC,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등 가전제품부터 칫솔, 향초 등 생활용품까지 있다. 심지어 자동차 부품, 가상현실(VR) 장비 등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 롯데첨단소재의 제품이 쓰인 것들이다. 롯데첨단소재가 취급하는 합성소재와 건자재 등의 폭넓은 쓰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재료의 종류, 모양, 기능 등은 모두 제각각이다. 롯데첨단소재 제품이 지닌 한 가지 공통점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그 옆에는 각종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한 내역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알려진 레드닷(red dot)과 아이에프(IF) 디자인상을 석권한 이력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화학제품과 디자인'. 뭔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롯데첨단소재는 2015년부터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디자인 시상식 '단골'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은 물론 아름다움까지 제품에 담아낸 노력의 결실이다.
수상 내역 안에는 제품의 개발자 이름도 함께 있다. 오랜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기술자를 생각하니 엄격한 보안도 극성맞은 게 아닌 듯했다.
롯데첨단소재 관계자는 "수상작을 배출한 기술자 중 일부는 현재 임원직에 있다"며 "우수한 인력은 고객이 원하는 그 이상을 실현하려는 목표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롯데첨단소재의 디자인 부문을 이끄는 강수경 선행디자인부문장은 연초 정기임원인사에서 새로 임원에 올랐다. 롯데첨단소재의 첫 여성 임원이다. 디자인이 사업 전략을 넘어 회사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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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더불어 눈에 띄는 점은 색상이다. 롯데첨단소재는 제품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 평범해 보이는 물건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색상에도 고객 맞춤 전략을 입혔다.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렴하면서도 고객에게 먼저 의견을 제시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는 쇼룸 한 공간에 1~2년 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자인·색상을 반영한 제품들을 배치했다. 기능과 아름다움을 넘어 디자인·색상의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롯데첨단소재의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롯데첨단소재 관계자는 "최근 한 고객사에게는 제품의 이름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적극적인 마케팅이 고객에게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종은 경기에 민감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최근 저유가 등에 힘입어 대다수 화학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차별성이 부각되기 어려운 시점이다. 하지만 고점이 있으면 저점도 있는 법. 의왕 본사에서 빚어내는 뛰어난 기술력과 고객 맞춤 전략은 불황 때 상당한 위력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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