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26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여부를 놓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증권사의 기업여신 확대로 인한 리스크 증가를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권은 증권사 기업여신을 은행 고유 업무에 대한 침범으로 여기고 견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대 주장의 논거들이 대부분 증권사 자금공급 기능에 대한 몰이해와 은행 중심의 구태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들이어서 자칫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우선 증권사의 기업여신은 규모 면에서 은행권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금융투자 업계는 초대형 IB가 기업여신에 활용하는 자금의 규모가 5조~6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은행권 기업여신 60조 원의 10분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일부 기업여신에서 은행과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부딪히거나 경쟁 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여신 제공 방식도 은행과는 차별화된다. 증권사의 기업여신은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자금 지원,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사모사채 인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 해외 대체투자(AI) 참여,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투자은행(IB) 업무와 연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순수 기업여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자금조달 비용이 높다는 점도 약점이다.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조달 비용은 1%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금리 상승과 발행어음 공급물량 증가로 조달 비용이 2%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대 언저리에 조달한 자금으로 우량 대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경우 역마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여신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같은 기업에 금리로 경쟁해 은행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초대형 IB가 일정 수준의 마진(Margin)을 유지하려면 수익성이 높은 곳에 여신을 집행할 수 밖에 없다. 초대형 IB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나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일부 영역에서 경쟁이 있다 하더라도 금융 소비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자금 공급 라인이 늘어난다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형 IB 육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증권사 대형화 유도를 통한 증권업계 재편도 필요한 일이다.
초대형 IB의 업무범위 확대가 감독행정보다 산업 정책적 고려가 중시된 사례라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지적도 이해하기 어렵다. 초대형 IB는 대형 증권사만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4차 산업 등 은행으로부터 원할하게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기능 확대에 기본 취지가 있다. 혁신 기업에 대한 금융 기능을 원할히 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 버퍼(Buffer)가 있는 증권사에 조달 수단 하나를 얹어주는 것 뿐이다.
또 증권업계는 이미 은행 자본적정상 규제인 BIS 비율보다 몇 배 강한 NCR 규제를 받고 있다. 초대형 IB는 잔존 만기 1개월과 3개월 단기유동성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하는 유동성 규제도 받게 된다. 또 금융지주사 계열의 몇몇 증권사는 금융지주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 기준도 맞춰야 한다. 규제가 약하다는 인식은 지나친 감독 일변도의 시각이다.
초대형 IB에 대한 반대는 수십 년 동안 변화와 혁신 없이 여물만 먹어온 은행권의 몽니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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