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7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7시15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은행연합회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는 50분 가량 진행됐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 추천을 받기 위한 자리였는데,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회의가 종료됐다.이사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후보 추천을 위한 회의였을 뿐 후보 검증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던 만큼 긴 시간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오늘은 (차기 회장과 관련해) 추천 후보를 들어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장들은 그동안 세평에 올랐던 민·관 출신 인사들 외 새로운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은행연합회 비상임이사들에게 주어진 후보 추천권이 거의 행사되지 않은 셈이다.
사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사회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이사회 시작 전 기자와 만난 A행장은 "누구를 추천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후보를 적극 추천할 의지가 엿보였던 것도 아니다. B행장은 "누군가의 말대로 '내 코가 석자'인 여건에서 후보 추천을 할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은행연합회장 선출과 관련해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지만 은행장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주장하면 마지못해 따라가겠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C행장은 "따로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다른 행장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윗선'에서 콕 집어 정해줄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노동조합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CEO(최고경영자) 흔들기에 나서면서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를 추천할 심적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은행연합회 이사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함영주 행장도 노조 공세에 직면해 있다. 하나금융노동조합이 결성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투쟁본부'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 행장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키로 했다.
은행연합회장 선출의 첫 시발점인 후보 추천권은 은행연합회 이사인 은행장에게 있다. 정부도 민간협회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은행장 자신들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줄 적임자를 추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민·관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인물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겠다는 소신은 온데간데 없어진 듯 하다. 은행장들은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고 업계에 공헌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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