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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재단, 범삼성가의 마지막 흔적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삼성그룹]⑤한솔·새한 등 출연…장학·학술지원

김일문 기자공개 2017-12-07 08:25:29

[편집자주]

[편집자주]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1일 09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암재단은 삼성그룹의 공익재단 가운데 규모는 가장 작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제일제당(현 CJ)과 한솔, 새한 등 범(凡)삼성 그룹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대 회장이었던 故 이병철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재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병철 회장의 아호(雅號) 아래 범 삼성가 회사들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영욕의 삼성 계열사 십시일반…97년 설립

호암재단은 장학 및 학술 예술지원을 위해 지난 1997년에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사업보국에 대한 이병철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호암재단이 설립할 당시 출연했던 기업들의 면면이다. 선대 회장의 아호를 딴 재단이 출범하면서 다섯 명의 2세들이 각자 맡고 있는 회사를 통해 돈을 기부했다.

3남인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50억 원)를 비롯해 제일제당(현 CJ, 장남 고 이맹희 회장)이 12억 5000만 원을 출연했다. 또 장녀이자 맏딸이었던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계열사 세 곳(한솔제지, 한솔개발, 한솔화학, 한솔PCS)과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신세계종합금융을 통해 각각 12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삼성과 CJ는 재산 상속 문제를 두고 낯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임직원의 미행 스캔들부터 소송전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암재단 이름 아래에선 여전히 그 뿌리를 남겨둔 셈이다.

지금은 사라진 새한그룹도 출연자 명부에 남아있었다. 새한과 새한미디어, 새한텔레콤, 새한건설도 다른 범삼성가와 마찬가지로 12억 5000만 원을 호암재단에 출연했다. 새한은 차남 이창희 회장이 세운 회사로 섬유와 화학필름 생산이 주력이었다. 1995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돼 완전히 독립한 이후 새한미디어를 포함,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사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90년대 말 조 단위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기도 했으나 무리한 투자와 IMF 구제금융이 맞물리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2000년에 들어 워크아웃(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계열사 대부분이 매각되거나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새한그룹은 해체됐고, 지난 2010년에는 이창희 회장의 차남이자 새한미디어 사장이었던 이재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호암재단

◇호암상·선대회장 생가 운영 등 주력

호암재단의 활동은 총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매년 과학과 공학, 의학, 예술, 사회 봉사 분야 등 6개 부문에 걸쳐 탁월한 성과를 나타낸 사람들을 시상하는 호암상, 경남 의령에 위치한 이병철 회장의 생가(전시시설) 운영, 학술 및 예술지원 사업 등이다.

호암상은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매년 6월 1일 개최되며, 올해는 최수경 경상대 교수와 장진 경희대 교수, 백순명 연세대 교수 등 다섯 명의 학계 인사와 예술가, 의료봉사단체가 이 상을 받았다. 호암상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제일주의 정신을 기리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가 있고 상금과 예우도 각별하다. 상금 3억원과 순금메달이 수여된다.

경상남도 의령에 위치한 이병철 회장 생가는 매년 9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 관광 명소가 된 곳이다. 특히 이 주변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와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의 고향과 가까워 국내 재벌 기업이 탄생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사회 멤버는 손병두 이사장을 포함, 총 6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서강대 총장을 지낸 손 이사장은 KBS 이사장, 숙명학원 이사장을 거쳐 현재 호암재단의 운영을 맡고 있으며, 이밖에 김병윤 카이스트 교수와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등도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호암상은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가 있는 만큼 이사진들도 학계 원로들로 짜여진 셈이다.

호암재단은 삼성그룹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곳이지만 자산과 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 작년에는 호암상 운영에 40억 원, 호암 생가 운영에 3억 원, 호암포럼 등 학술포럼과 강연회 개최에 2억 원 등을 지출했다. 이 돈의 재원은 삼성전자로부터 3월에 받은 기부금을 통해 마련했다. 작년 기준 자산총계는 390억 원이며,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22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토지와 건물 등의 유형자산으로 묶여있다.

◇이건희 출연·이수빈 운영…육아·장학의 상징 '복지재단'

삼성복지재단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개인 사재를 털어 설립한 곳이다. 89년 출범 당시 이 회장은 주식과 땅 등 100억 원을 들여 재단을 만들었다. 주요 사업은 장학금 지급, 어린이집 운영, 복지시설 운영 및 사회복지 학술단체 연구 지원 등이다.

주요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장학 사업이다. '드림클래스'라는 이름의 삼성복지재단 장학금은 교육환경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방과후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을 무상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1만 1000여명의 중학생이 혜택을 보고 있다. 또 삼성생명공익재단과 함께 운영중인 어린이집 역시 전국 1100여 명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다.

삼성복지재단은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18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물산 등 두 곳으로부터 각각 20억 원씩 총 220억 원을 현금으로 기부받아 드림클래스에 가장 많은 190억 원, 어린이 집에 60억 원 가량을 집행했다.

삼성복지재단의 이사장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다. 이수빈 회장은 삼성그룹의 평사원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 신화와 그룹내 주요 계열사 사장을 두루 거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룹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과 이건희 회장을 대신할 대표성을 띄고 있는 무게감 탓에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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