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07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 연혁은 국내 라면 역사와도 같다. 1963년 국내 최초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한데 이어 라면과자, 컵라면 등 전에 없던 제품을 줄줄이 선보였다. 1960년대 일찌감치 수출에 나선 데 이어 1980년에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 전초기지를 마련했다.시장 개척자로서의 지위는 공업용 기름을 라면에 사용했다는 '우지 사건'을 계기로 땅에 떨어졌다. 한때 90%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10%대로 주저 앉았다. 오랜 기간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때마침 덮친 외환위기로 법정관리까지 들어갔다. 가까스로 경영권은 사수했어도 한번 꺾인 사세를 살려내지 못했다. 2012년 이후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스테디셀러가 든든하게 매출을 받쳐주는 농심이나 카레·케첩 등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오뚜기와 달리 삼양식품은 간판 삼양라면 외에 뚜렷한 동력을 발굴해내지 못했다. 장류, 과자, 우유 등 나머지 사업부문 매출액은 미미하다.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호면당과 크라제버거는 순익을 잠식하는 주요인이 돼버렸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2012년 출시 당시 별 반응도 없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실적이 고공행진했다. 300억 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1년 만에 931억 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내수 매출액이 제자리걸음 했음에도 2015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순이익률은 지난 분기 말 8%까지 뛰었다.
추세를 반영해 삼양식품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설비투자에 860억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자기자본의 48%에 해당하는 대규모 금액이다. 삼양식품이 본업에 이렇게 많은 자금을 투자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나가사끼짬뽕이 반짝 히트를 쳤던 2012년 소규모 자본을 투자한 이후 처음이다.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쩌냐는 것이다. 지금껏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맛보지 못한 삼양식품으로서는 머뭇거리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투자를 결정한 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움츠렸던 기존 기조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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