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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에 막힌 정유경 신세계 승계 플랜 [오너십의 탄생]④SVN 지분 취득 후 高성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매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7-12-12 08:50:38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8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3세 승계의 주역들이다. '정용진=이마트·정유경=신세계' 공식은 기정사실화된지 오래다.

다만 후계 승계 양상은 사뭇 다르다.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회사 '광주신세계'를 활용해 빈틈없이 승계 준비에 나서고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은 히든 카드가 없다. 오빠와 달리 순탄치 않은 승계 행보를 걸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 총괄사장이 대비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타깃은 '그룹 베이커리 사업'이었다. 호텔 계열사인 조선호텔은 2005년 1월 베이커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세계SVN(옛 조선호텔베이커리)을 설립했다. 4개월 뒤 정 총괄사장이 주주로 참여했다. 정 총괄사장은 조선호텔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SVN 지분 80만 주(40%)를 총 63억 원에 취득했다. 이 거래로 조선호텔(45%)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베이커리 부문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분할과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밝혔다. 호텔 서비스업과 베이커리 사업 특성이 완전히 다른 만큼 법인을 나눠서 상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설명이었다.

대주주 참여 배경에 대해서는 비상장 기업 특성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주식 거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외부 매각은 불가능했다. 결국 경영권 외 지분을 대주주와 종업원들에게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실제 조선호텔은 지분 매각을 통해 700억 원이 넘던 차입금을 165억 원 수준까지 줄였다.

신세계
<2011년과 2012년은 특수관계자 위탁 내부매출액 미공시>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책임 경영 시스템이 갖춰지자마자 빠른 속도로 외형이 커 나갔다. 신세계SVN은 신세계백화점과이마트 등에 빵과 피자 점포를 입점시켜 수익을 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유통채널로 활용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점포 수가 크게 늘어나자 덩달아 신세계SVN도 외형 성장 수혜를 봤다.

설립 당시 76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 총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듬해 800억 원을 넘어섰고, 2007년에는 1229억 원까지 늘어났다. 2009년까지 정체를 보였던 매출은 2010년(1677억 원) 큰 폭으로 오르더니 2011년 2500억 원을 돌파했다.

외형 확대의 일등공신은 역시 그룹사였다. 신세계SVN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특수관계자들과 위탁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파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2010년의 경우 전체 매출 1677억 원 가운데 83%에 해당하는 1406억 원이 특수관계자 위탁 판매액이었다. 직거래까지 합하면 매출 의존도가 93%에 달했다. 신세계SVN 또한 이 기간 감사보고서를 통해 특수관계자와의 영업 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 확대에 힘입어 2012년 기준으로 자산총액은 설립 때보다 67%가량 증가했다.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 또한 15억 원에서 170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실제 핵심 주주였던 정 총괄사장은 지분 투자 이후 2012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6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투자금의 4분의 1 가량을 배당금으로 회수한 셈이다.

하지만 그 즈음 돌발변수가 터졌다.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부각되던 시기에 대기업의 베이커리 사업 진출도 도마에 올랐다.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사업 진출로 소상공인 골목상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신세계SVN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

결국 정 총괄사장은 2012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SVN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최초 취득했던 금액(주당 7976원) 그대로 매각 가격을 책정했다. 해당 주식은 신세계SVN이 샀다. 신세계SVN은 취득한 주식을 전량 소각해 논란의 불씨를 껐다. 2년 뒤 신세계SVN은 신세계푸드에 흡수합병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당시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SVN 지분을 놓고 오해가 많았다"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성장 기로에 있던 개인회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팔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승계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투자를 통해 확실한 승계 재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 역시 광주신세계 설립 때부터 지분 투자에 나섰고, 현재는 고속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다. 실제 41억 원을 주고 산 광주신세계 지분은 현재 1900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45배의 자산 증식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향후 광주신세계 지분을 팔아 지배력 강화가 필요한 이마트 지분을 추가로 늘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에게는 '정용진의 광주신세계' 같은 승계 지렛대가 없는 상태다. 정 총괄사장은 현재 ㈜신세계 지분을 9% 가량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 지분을 물려받든, 추가로 장내 매입을 하든 수 천억 원 대 재원이 필요한 상태다. 결국 정 부회장과 달리 2세인 이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에게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승계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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