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1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를 보면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는 반듯한 모범생이 떠오른다. 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운 1등 자리를 지난 9년간 지켜왔다. 그런 신한금융이 뒤숭숭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KB금융지주에게 1등 자리를 빼앗기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등생이 1등 한번 놓쳤다고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가 무슨 큰일이 생긴 듯 염려하는 분위기"라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나름 성적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 학생이 주위에서 걱정하자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 탓에 내부 직원들도 덩달아 동요되고 있다. 더욱이 대외적으로 상징성이 큰 기관영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고, 주식시장에서도 KB금융에 밀려 7년간 지켜온 '대장주'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일부 행원들 사이에서는 신한금융을 지칭할 때 고유명사처럼 쓰였던 '리딩금융그룹'이 다른 회사 이름 앞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우스꽝스러운 얘기도 흘러나왔다. '신한=1등'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당히 구겨졌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1등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걱정할 만큼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건 더더욱 아니었다. 경영실적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인 '2020프로젝트'도 높은 이행률을 나타내며 크고 작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9년 만에 순익 1등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다만 한두 해 장사할 것도 아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성장 전략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금융은 호흡이 긴 산업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하게 예·적금 상품을 뚝딱 만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더욱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글로벌, 디지털 등은 장기간 공을 들여야 눈에 띄는 결과물이 나온다. 신한금융의 성장 모델인 싱가포르계 은행들도 금융위기 이후 중장기 성장 전략을 통해 IB와 글로벌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냈다.
한 관계자는 "2등의 기분도 느껴봐야 경쟁의식도 생기고 전투력도 높아지지 않겠냐"는 농담을 건넸다. 지금 신한금융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오히려 농담까지 던질 수 있는 여유다. 시장의 우려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성장 전략을 그려나갈 수 있는 뚝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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