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면세점·중공업, 신용도 잇따라 강등 [Adieu 2017]사드 이슈·수주 부진 직격타…정유업계, 초우량 등급 발돋움
강우석 기자공개 2017-12-29 09:03:43
이 기사는 2017년 12월 2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중공업 회사와 면세사업자들에게 2017년은 힘든 한 해였다. 신규 수주 부진과 사드(THAAD) 역풍으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은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연거푸 낮췄다.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초우량 등급으로 발돋움했다. 기업가치 산정 시 유리해지면서 묵혀뒀던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낸 곳들도 잇따랐다.
◇ 면세점 신용도 추락…중공업도 위태
면세사업자들은 사드(THAAD) 이슈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중 양국 간의 사드 추가배치와 북핵 관련 입장 차이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는 올 3월부터 한국행 단체관광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기준 중국인 입국객은 31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국내 면세점 입장에선 치명적이었다.
한층 치열해진 경쟁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지난 2년 동안 허가된 신규사업자 수만 13개에 달한다. 송객수수료, 판촉비 등 모객비용의 상승으로 마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영업이익률은 2012~2014년 약 7% 정도였으나 지난해 2.5%까지 하락했다. 올 2분기에는 호텔신라를 제외한 모든 사업자가 영업적자를 거두기도 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신용평가사 3곳(한기평·한신평·나신평)은 지난 6월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결국 이달 초 호텔롯데 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0, 안정적'으로 낮췄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마이너스(-)인 점, 재무부담에도 거듭되는 설비투자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시점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신용도도 'A-,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핵심지표들이 신용등급 하향 요인을 상당 수준 초과하고 있다"라며 "재무상태가 중장기적으로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공업도 업황 부진에 신용도가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현대중공업 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낮췄다. 수주잔고 급감으로 사업안정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을 감안한 조치였다. 삼성중공업은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각각 'A-, 부정적'와 'BBB+, 부정적' 평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1조 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 직후 NICE신용평가가 등급을 'BBB+'로 낮추며 스플릿이 해소됐다.
최중기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내년까지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며 향후 영업력 안정화 여부도 불확실하다"라며 "추진 중인 유상증자의 원활한 진행, 유상증자 대금 유입 규모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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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 초우량 등급 발돋움…IPO 탄력
정유사들에겐 도약의 한 해였다. 높은 정제마진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앞둔 회사들이 많다. 시장에서는 상위 4개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영업이익을 약 8조 원 수준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7조 원 이상을 거둘 것이 유력하다.
신용등급도 실적 추이에 맞춰 상승했다. SK루브리컨츠가 그 포문을 열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올 4월 회사 신용등급을 'AA-, 긍정적'에서 'AA0, 안정적'으로 한 노치 높였다. NICE신용평가는 5월 등급 조정에 나섰다. 윤활기유 증설 투자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덕분이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3년만에 초우량 대열로 복귀했다. 지난 11월 한국기업평가는 회사 신용등급을 'A+,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 및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 덕분에 설비투자 효과를 누리게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4년 하반기 컨덴세이트 정제설비(CSU)와 PX 신규설비를 가동했으며, CSU 설비 및 탈황설비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15년 흑자전환 성공 이후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호황은 IPO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적 추이가 우호적이어서 높은 밸류에이션 책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내년도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GS칼텍스, SK인천석유화학 등 대형사들도 상장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정유사들은 신용등급과 실적 모두 견조한 상황"이라며 "전례없는 호황을 생각하면 내년~내후년 정도가 증시에 입성할 적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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