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장형진·세준 父子 2대째 숙원은 '전자' [지배구조 분석]③20여 년 전 진출, 잇단 적자로 몸살…장남 바통 받아 과업 완수
이경주 기자공개 2018-01-29 07:54:27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6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과업을 장남이 이어 간다.'국내 최대 아연 사업자인 영풍그룹 장형진(72. 사진) 회장은 비철금속에서 전자로 확장을 꿈꿨다. 장 회장은 부친이자 영풍그룹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 사업다각화를 1순위 과업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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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회장은 장남 장세준 부사장에게도 전자 사업에서 경영 수업을 시켰다. 시그네틱스를 시작으로 영풍전자를 거쳐 최근에 주력 전자계열사인 코리아서키트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장세준 부사장이 부친의 과업을 잇게 된 셈이다.
◇창업 2세 숙원 '다각화'…장형진 회장, 5개 전자회사 인수
영풍그룹은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으로 유명하다. 고 장병희·최기호 두 명예회장이 1949년 공동 창업한 영풍기업사(현 (주)영풍)가 그룹 모태다. 영풍기업사는 농수산물과 철광석을 수출입하는 무역업을 했다. 이후 1970년 아연 괴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했다. 1974년엔 자회사 고려아연을 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두 명예회장이 비철금속 불모지를 개척한 덕에 영풍그룹은 현재까지도 국내 아연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고려아연 54%, (주)영풍 34%다.
창업 2세가 경영전면에 등장한 것은 1980년 대 후반이다. 장 씨일가가 (주)영풍을, 최 씨일가가 고려아연을 나눠 맡아 경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고 장병희 회장은 고 김진숙 여사와 사이에 현주, 철진, 윤주, 형진 등 2남 2녀를 뒀다. 장 씨쪽 가업을 이은 것은 차남이었다. 장형진 회장은 1971년 (주)영풍에 입사해 1988년 대표이사가 됐다. 1993년엔 영풍그룹 회장이 됐다. 장남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은 80년대 후반 영풍산업과 영풍광업 등을 맡았으나 1993년 인천 주택조합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고 영풍산업이 2005년 부도가 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장형진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제1 과업으로 삼고 전자사업에 진출했다. (주)영풍은 199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만들던 유원전자를 인수했다. 유원전자는 2000년 사명을 영풍전자로 바꿨다.
이어 (주)영풍은 2000년 법정관리를 받던 반도체 패키지업체 시그네틱스를 인수했고, 2005년엔 PCB(인쇄회로기판) 업체 코리아써키트 지분 28%를 약 480억 원에 사들였다. 코리아서키트의 전자계열사 인터플렉스(FPCB)와 테라닉스(PCB)도 함께 영풍그룹에 편입됐다.
◇게걸음 성장에 대형 적자 '미완의 도전'
전자사업 다각화는 현재까진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잇단 M&A로 그룹 외형확대엔 기여했으나 전자계열사들이 최근 수년 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이익을 갉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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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포털 오프니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풍그룹 23개 계열사의 매출은 8조3305억 원, 당기순이익은 5599억 원이다. 이중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시그네틱스, 영풍전자, 인터플렉스 등 5개 전자계열사의 매출 합은 1조4499억 원으로 그룹전체 매출의 17.4%를 차지한다. (주)영풍 매출이 같은 기간 1조1546억 원으로 13.8%를 차지해 전자사업보다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면 장 회장의 다각화노력이 외형 면에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익기여도다. 2016년 전자계열사들의 순이익 합은 마이너스 591억 원으로 오히려 그룹에 부담을 줬다. 스마트폰 시장둔화로 인해 FPCB와 PCB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다수 계열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인터플렉스가 590억 원, 시그네틱스 59억 원, 영풍전자 79억 원 적자를 냈다.
이전에도 전자계열사들은 그룹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거나 부담이 됐다. 인터플렉스는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917억 원, 848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덕분에 인터플렉스는 영풍그룹에 편입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이익 합계가 마이너스 393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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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써키트는 영풍그룹에 편입된 이후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2005년 매출이 5543억 원으로 2016년(5453억 원)으로 비슷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엔 2000억 원대로 매출 줄기도 했다.다행히 영업이익은 최근 6년(2011~2016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며 짐은 되지 않고 있다.
시그네틱스는 최근 4년 새 소폭의 영업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다. 영풍전자는 2014년 영업이익이 13억 원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내다 2015년부터 수백억 대 적자를 냈다.
결론적으로 장 회장의 사업다각화 노력은 현재로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다만 도전 자체는 높이 평가 받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장형진 회장은 비철금속 사업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는데 본업과 무관한 전자사업에 도전한 것"이라며 "사업을 안정화시킨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장남 장세준부수장, 경영수업 오로지 '전자'에서
장 회장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전자사업을 시작했다. 3대째엔 다르다. 장 회장은 장남 장세준 부사장의 경영수업지는 처음부터 '전자'로 택했다. 장 회장은 고 김세련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장녀 김혜경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과 차남 장세환(38) 서린상사 대표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장 부사장은 미국 유학 후 2009년 시그네틱스로 전무로 입사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1년 후 2010년 영풍전자로 이동해 구매총괄을 맡다가 2013년 대표이사가 됐다. 2014년부턴 비상근으로 코리아써키트 이사직을 겸직했고, 2016년 코리아써키트 공동대표(겸직)로도 올랐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말 8년 동안 몸담았던 영풍전자를 떠나 근무지를 대표겸직을 하던 코리아써키트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영풍그룹 전자사업에 대한 장세준 부사장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최근까지도 전자 계열사에 대한 모든 결정권한은 장 회장에게 있다는 것이 내부 전언이다.
장 부사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이익기반인 (주)영풍에는 한번도 몸담은 적이 없다. 전자사업 이해도를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장 부사장이 부친의 과업을 잇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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