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1인지배 출발점 '형제간 계열분리' [오너십의 탄생]①형제간 치열한 상속분쟁 거쳐 합의…순환출자로 대한항공 장악
임정수 기자공개 2018-02-02 08:40:57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0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은 20대에 이미 대한항공과 물류회사 한진의 승계 후보자로 낙점돼 있었다. 1974년 대한항공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한 해 전인 1973년 25살의 나이로 이재철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 씨와 결혼하면서 정부 유력자와의 혼맥도 갖췄다. 부친 조중훈 선대 회장으로부터 보유 대한항공과 정석기업 등에 대한 지분도 조금씩 증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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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그룹 회장이자 총수 자리에 오른 것은 54세가 되던 해인 2003년이다. 2002년 조중훈 선대 회장이 타계하면서 조양호 회장이 경영 전면에 단독으로 나섰다. 대한항공에 발을 들여놓은지 29년째 되던 해였다. 조 회장은 사실상 이전에도 조중훈 선대 회장과 함께 대한항공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선대 회장의 상속에 대한 교통정리는 완벽하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이 부친이 남긴 재산 상속 관련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 등 3명의 남동생들이 조양호 회장의 재산 및 지분 상속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한진그룹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한진그룹 2세들은 부친의 유언장 진위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조양호 회장은 유언장이 진짜라고 주장했고 다른 형제들은 조중훈 회장이 유언장을 작성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유언장에 대한 법원의 검인을 받지 못하는 사태로 치달았다. 보다 못한 집안 어른들이 중재에 나서면서 형제들은 2003년 1월 계열분리 약정에 전격 합의했다.
조남호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20% 가량의 정석기업 주식을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대한항공과의 계열분리를 본격화했다. 빌딩종합관리업체인 정석기업은 매출 250억 원 내외의 작은 계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배구조상 의미가 남달랐다. 당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9.63%에 불과했다. 정석기업 주식이 대한항공으로 넘어가면서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이로써 정석기업 대주주였던 조양호 회장의 한진과 대한항공에 대한 1인 지배체제는 보다 공고해 졌다.
형제간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2년 후인 2005년 2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조양호 회장이 지배 주주로 있는 정석기업의 주식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분쟁 대상이 된 주식은 조중건 전 대한항공 회장과 그의 처남인 김성배 한진관광 고문이 갖고 있는 정식기업 주식 6만 9000여 주였다. 2003년 계열분리에 합의하면서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2003년 말까지 주식을 넘겨주기로 합의한 내용을 지키고 않았다는 주장이다.
조양호 회장이 정석기업 지분 25.0%로 한진과 대한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남호·조정호 형제는 차명으로 관리되던 정석기업 주식을 절반씩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계열분리가 완료된 상황에서 이 지분이 조양호 회장을 중심으로 한 1인 지배체제를 흔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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