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31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 단위 몸값을 부르는 곳이 많아졌어요. 증시 호재 핑계대며 함량미달인 기업들조차 시가총액 1조원을 운운합니다. 정말 답답해집니다."최근 만난 증권사 IB사업부 임원의 푸념이다. 그는 주관사로 발탁되려면 지나치게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공격적으로 책정해야 해 괴롭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이 연초부터 뜨겁다. 상장을 보류했던 잠룡들이 주관사 선정에 잇따라 돌입한 덕분이다. 바디프랜드, 야놀자, 에스티유니타스, 티맥스소프트 등이 대표 사례다. 코스닥 딜 가뭄이 예상됐던 지난해 말과는 상이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환호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 같진 않다. 과도한 몸값을 요구하는 기업들도 우후죽순 나타났기 때문. 특히 코스닥이 치솟으면서 협상 전제조건으로 조 단위 밸류를 내건 곳이 급증했다고 한다. 증시 호조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 중 바이오, 제약 기업이 전무하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영업적자인 곳들도 허다하다. 셀트리온 3형제와 신라젠의 최근 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코스닥 지수는 약 700 정도로 넉 달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에 논의된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증권사가 문제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현실적인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증권사들은 고객사가 원하는 밸류에이션에 최대한 맞춰줘야 수임이 가능하다. 경쟁사 대비 낮은 액수를 제시할 경우 주관사 선정에서 요원해진다. 제안서 제출과 프레젠테이션(PT) 에서 몸값을 비싸게 적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B 업계에서는 "공모가를 뻥튀기하는 증권사마다 번갈아가며 수임하는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오고갈 정도다.
대형 IPO 딜의 등장은 틀림없이 환영할 일이다. 증권사에게는 인수 및 주선 실적을 쌓을 기회며, 시장 참여자들에겐 공모주 투자 여력이 늘어나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실없는 기업들조차 1조 몸값을 외치는 최근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올 연말에는 공모가 거품의 주범으로 어느 회사가 지목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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