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1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강점은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내부시장)'이다. 전지사업과 전자재료부문은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라는 거대한 계열사를 등에 업고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소형전지사업의 한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룹사와의 연계성이 가장 미미한 부문이 전기차(EV)다. '삼성'이라는 간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체 기술력·영업력이 수주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V시장의 성장속도는 다른 부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업체 간 경쟁 또한 가장 치열하다. EV시장을 통해 삼성SDI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현재까지 EV시장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19일 에너지산업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의 EV배터리 출하량(중국 출시 전기차용 중국산 배터리 제외)은 2333MWh이다. 전년 대비 92.7% 늘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3.1%포인트 올랐다.

삼성SDI의 출하량은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본 배터리제조업체 AESC(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와 PEVE(Primearth EV Energy)를 끌어내리고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3위 자리에 올랐다. EV배터리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내 입지는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삼성SDI의 출하량이 급증한 이유는 주요 고객사인 BMW의 i3와 폭스바겐의 eGolf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BMW·폭스바겐·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FCA·루시드모터스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삼성SDI 전기차배터리가 사용된 BMW i3(사진=김병윤 기자)

최근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삼성SDI가 EV배터리 수주잔고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매출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캐파(CAPA·생산능력)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수주잔고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울산과 중국·헝가리 등에 EV배터리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헝가리 공장 경우 올 상반기 내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3곳에서 생산 가능한 순수EV는 총 14만대이다. LG화학(30만대, 18GWh)의 절반 정도 규모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수주잔고 규모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확실한 계약 없이 해외에 생산설비를 갖추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LG화학의 EV배터리 수주잔고는 42조원이다. SK이노베이션 경우 LG화학의 1/4 정도로 예상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에 대한 안정적 실적이 현재 삼성SDI의 펀더멘탈을 지탱하고 있다"며 "EV배터리가 성장할 경우 기업가치는 한층 높게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삼성그룹 경우 미전실 해체 등을 거치며 회사 자체의 역량이 중요해졌다"며 "LG화학·SK이노베이션 대비 보수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