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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논란]CEO를 겨냥했나⑤검찰 조사 대상 포함 가능성, 지배구조 검사마저 동일한 해석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21 17:23:44

[편집자주]

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법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됐고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한 입사 경쟁을 저해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은행이지만 입사규칙의 자율 제정 권한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옹호론이 만만치 않다. 채용비리 정국에 들어선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법적논란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0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검사와 이에 따른 검찰 고발 사태를 두고 은행권에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 검사가 단순히 채용상 비위 사실 적발이 아닌 특정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전혀 별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까지 한데 묶어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쪽 검사 모두 자칫하면 CEO 책임론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들이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은행권 전반 채용비리 검사에 나선 건 우리은행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국회에서 지난해 10월 소위 우리은행 'VIP 채용 명단'을 내놓자 금감원은 곧바로 검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은행 경영진을 검찰 고발 조치했다. 이광구 전 행장이 사퇴하며 잠잠해지는 듯했던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는 이후 검찰이 6명에 달하는 우리은행 임직원을 기소한데다 일부 인사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긴장감을 키웠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재판 결과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서 문제 삼은 채용 특혜가 여타 은행에도 만연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검사 범위를 전 은행권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검찰에 고발된 은행만 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은행 등 5곳에 달한다. 일부 은행은 입사지원자 중 일명 SKY(서울·고려·연세) 대학 출신에 가산점을 준 게 문제가 됐고, 또 다른 은행은 회장 종손녀 입행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북부지검과 서부지검, 경찰 등 다방면의 사정기관이 해당 사안들을 들여다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가 기본적으로 '공정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 취지 자체를 비판할 여지는 적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공정 경쟁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사안들이었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엄정하게 조사를 벌인 것이고 또 사법기관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했던 일"이라며 "공공재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관이란 점에서 단순 민간기업의 채용과는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가 시작된 시점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잇따라 또 다른 검사들이 중첩돼 지속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별개 사안으로 실시된 조사만 벌써 세 가지다. 승계 프로세스와 채용 실태 점검, 그리고 지배구조 검사 등이다. 승계 프로세스 검사는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경영실태검사를 통해 들여다본 사안이지만 채용 실태와 지배구조 검사는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갑작스럽게 검사 일정을 통보했다. 이전과 달리 그야말로 쉴새없는 검사가 이어진 셈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검사마저도 채용비리 검사와 연장 선상에서 보는 시각마저 존재한다. 이는 금감원이 특정 은행 CEO를 겨냥해 잇단 조사들을 벌이고 있다는 확대 해석과 맥을 같이 한다. 공교롭게도 최흥식 금감원장이 지난해 말 승계 프로세스를 집중 점검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 검사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시점에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선출 절차를 준비 중이었다. 금감원 역시 이 같은 오해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지난달 말부터 착수한 지배구조 검사 일정에서 하나금융지주는 마지막 조사 대상자로 빼놓은 상태다. 덕분에 김정태 회장은 무리 없이 내정자로 선출됐고 내달 중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정식 회장으로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은행권이 지배구조 검사를 채용비리 검사와 비슷한 배경으로 보고 있는 건 양쪽 조사 모두 그 핵심에 CEO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채용비리를 놓고 보면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 최종 재가권을 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최고경영자다. 우리은행 채용 비리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광구 전 행장이 서둘러 물러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금감원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은행들의 채용비리 혐의점들이 우리은행과 모두 동일한 사안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CEO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들이란 점은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검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검사는 은행권 전반 사외이사들의 진용이 재차 꾸려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회장이 선출한 사외이사가 재신임에 나선 회장을 뽑는 일명 '셀프연임'에 대한 비판 논리에서 시작된 검사이기 때문이다. 현직 사외이사들을 흔들면 현직 CEO의 권한이 그만큼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넘어 현직 회장 혹은 CEO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관측 역시 있다. 지배구조 검사 결과가 채용비리처럼 검찰 고발 등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감독당국의 권한으로 CEO를 향해 각종 제제를 취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여지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감원의 채용비리 고발이 법적으로 위반 사실을 입증해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검찰 기소가 되더라도 CEO로까지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이보다는 지배구조 검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최고경영자 입지에 보다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금감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양쪽 검사를 동일한 잣대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CEO를 겨냥한 검사란 일부 시각 역시 오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은행의 CEO 리스크는 예나 지금이나 당국이 지속해서 점검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영역이고 일부 은행들의 승계 프로세스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전반적인 지배구조 검사를 계획하게 된 것"이라며 "채용비리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사안으로 감독당국에서 마땅히 점검해봐야 할 사안이고 사회적 바람이 커진 것을 기회로 한꺼번에 단행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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