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21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가족회사 에이팩인베스터스(옛 해덕기업)를 등에 업고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핵심 계열사 세아제강 지배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 투자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 더욱이 이 부사장이 에이팩인베스터 장악력을 높여나가면서 승계 활용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아그룹 계열 부동산 임대·투자 회사인 에이팩인베스터스가 이 부사장 오너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수 차례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완벽한 직계 가족회사로 탈바꿈했다. 특히 그룹 적통 후계자인 이 부사장의 장악력이 크게 높아졌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에이팩인베스터스는 고 이운형 회장과 동생 이순형 회장 공동 소유 계열사였다. 이운형 회장 일가가 52%, 이순형 회장 일가가 40% 지분을 가졌다. 나머지 지분도 친족들이 보유했다. 개인별로는 이운형 회장이 45.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였고, 뒤를 이어 이순형 회장이 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에이팩인베스터스는 배당 가능한 이익 잉여금만 1000억 원이 넘는 알짜 계열사였다. 특히 계열사 주식을 장부가 기준으로 1843억원 어치나 들고 있었다. 세아제강(2.29%)과 세아홀딩스(0.63%), 세아베스틸(7.53%), 세아특수강(1.55%) 등이 투자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2013년 이운형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지배구조도 요동쳤다. 그 해 7월 이운형 회장 보유 지분 가운데 33.2%는 장남 이태성 부사장에게, 나머지 12.45%는 부인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에게 상속됐다. 그 결과 이태성 부사장이 37.06%의 지분을 확보,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2000억원 대 상속세 납부 부담을 짊어진 이태성 부사장은 에이팩인베스터스 지분을 상속재원으로 활용했다. 실제 에이팩인베스터스는 2015년 들어 감자 절차를 진행해 주주들의 지분 현금화를 도왔다. 이 때 이태성 부사장과 박의숙 회장이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감자 참여로 모자는 약 1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9월 두 번째 감자를 단행해 나머지 친족들의 지분도 모두 사줬다. 그 결과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완벽한 이순형 회장 직계 가족회사로 탈바꿈했다. 현재 주주는 이순형 회장과 부인 김혜영 씨, 장남 이주성 부사장, 장녀 이주현 씨 단 4명 뿐이다. 또 이주현 씨를 제외한 3명은 이사회 멤버도 맡고 있다. '소유와 경영' 일원화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특히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이주성 부사장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다. 이주성 부사장 개인회사인 '세대에셋'과의 합병이 결정적이었다. 에이팩인베스터스가 완전 가족회사로 전환되고 3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세대에셋과의 합병 결정이 내려졌다. 세대에셋 최대주주는 53.33% 지분을 보유한 이주성 부사장이었다.

이주성 부사장은 합병 대가로 에이팩인베스터스 신주 11만 1541주를 손에 쥐었다. 신주 취득으로 지분율도 8.93%에서 20.12%로 크게 늘어났다. 사실상 이순형 회장(78%)과 쌍두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표이사 자리도 꿰찼다. 합병 직후 이주성 부사장은 통합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순형 회장과 김혜영 씨 등 직계가족들도 계속 이사회 자리를 유지했다.


에이팩인베스터스가 세아제강 지배력 지렛대와 신규 투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성 승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이태성 · 세아제강=이주성' 구도로 후계 교통 정리가 된 상태다. 그 연장선상에서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지속적으로 세아제강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 말 당시 2.29%에 불과했던 세아제강 지분율은 현재 11.56%에 달한다. 최대주주 자리 또한 차지했다.

신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유망 벤처와 신기술 투자를 위해 약 150억원을 투입했다. 이주성 부사장이 대표까지 맡게 된 만큼 신규 먹거리 확보를 위한 더듬이로 에이팩인베스터스를 더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투자수익은 지분 구조상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팩인베스터스와 3세 승계가 밀접하게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주성 부사장 승계 과정에서 가족회사인 에이팩인베스터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에이팩인베스터스는 핵심 자회사인 세아제강 최대주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주성 부사장이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대표이사까지 맡게된 것 자체가 에이팩인베스터스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