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 '대안없는' 해외매각 반대 조건 부실 SK, 효성·롯데 '오너 리스크'…현실성 낮은 국내 매각
김장환 기자공개 2018-02-28 09:36:26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6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국내 매각을 요구하며 채권단과 각을 세우고 있지만, 채권단으로서도 이를 통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력한 원매자들 다수가 각종 사건에 연루돼 있거나 일부는 오너 공백 상태까지 이어가고 있고, 또 산업은행 등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제안했던 특정 국내 기업은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만 내걸고 있다. 해외 매각이 아니면 묘안이 없다는 평가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진행된 금호타이어 노사간 자구계획안 합의는 불발됐다. 채권단 요구로 시작된 노사간 자구안 협의는 대부분 합의가 완료됐으나 해외 매각을 두고 비롯된 양측 이견이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채권단이 자구안 제시 '데드라인'으로 삼았던 이날 노사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준하는 프리패키지드플랜(P-Plan)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사유에 일부 공감하고 있다. 일명 '먹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GM 사태, 그리고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 등은 해외에 국내 기업 매각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한국GM은 지분을 팔거나 철수할 수 없는 '비토권'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정부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과거 쌍용차를 사갔던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기술만 빼가고 정부에 회사를 떠넘긴 채 떠났다.
과거 상하이차의 행태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무너뜨린 계기가 됐다. 인수 주체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 노조 등이 중국 기업이자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던 더블스타에 대한 강경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생각이 저변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항간에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대 사유가 단순히 '중국' 기업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란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는 단순히 중국 기업에 팔려고 한다는 문제 보다는 유명 기업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며 "만약 브릿지스톤이나 미쉐린, 굿이어 같은 글로벌 타이어 기업이 인수한다고 나섰다면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매각 반대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라고 해도 하다 못해 피렐리 같은 타이어 상위 기업이 인수한다고 했으면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금처럼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집단 이기주의'에 가깝다는 평가다.
채권단 역시 금호타이어를 국내 기업에 팔고 싶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GM과 쌍용차 사태를 몸소 겪으면서 대규모 부실에 어려움을 겪었던 건 바로 채권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원매자를 찾을 때까지 무작정 자금을 지원하는 건 연명 치료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그나마 사겠다는 기업, 다름 아닌 더블스타에라도 팔아야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우선 국내에서 유력 원매자로 떠올랐던 SK그룹은 채권단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만 던졌다. 더블스타가 제안한 인수가(약 7000억원)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 조건이 크게 빈약했다는 게 채권단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무엇보다 인수 대금을 일시에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SK그룹은 대금을 나눠 순차적으로 지불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아울러 인수 후 손실이 발생하면 총 인수 대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조건도 제시했다. SK그룹은 더블스타가 제시한 인수 조건 기준에도 못 미치는 제안을 던졌고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또 다른 유력 원매자로 고려해봤던 효성그룹은 '오너 리스크'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정권이 교체된 뒤 소위 국내 '5대 사정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찾아보기 드문 경우다. 또한 이명박 정권과 연루된 각종 수사가 효성그룹은 위협하고 있다. 친족 기업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혼맥으로 엮인 한국타이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규모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M&A 시장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타이어 원재료 생산 계열을 보유하고 있어 원매자로 주목받았던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갑작스럽게 구속 수감되며 '오너 공백기'에 놓였다. 신 회장이 1심 재판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사유는 재판부가 면세점 허가 청탁에 '대가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경우 1심에서 집행유예로 결과가 나온 경영비리 재판도 이번 판결로 2심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까지 재발된 와중에 옥중에서 여타 법인 인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 노조가 국내 매각을 외치고 있는 건 SK그룹 등과 채권단의 논의가 있었다는 지난해 말 언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과 양측의 논의는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SK그룹은 지난해 조회공시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과거 인수 대상자로 거론됐던 SK그룹 등을 언급하며 국내 매각을 외치고 있는데, SK그룹은 더블스타보다도 크게 못 미치는 인수 조건을 고수했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나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효성이나 롯데그룹 등도 모두 검찰 수사 등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금호타이어 같은 대규모 금액이 드는 인수 거래를 할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기업 매각을 반대하면 금호타이어가 살 길도 결국 막아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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