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롯데지주 주총…위기에 빛난 황각규 존재감 의사진행 '방해' 불구 충분한 토론 기회 제공후 표결… 3분의 2 찬성 이끌어
노아름 기자공개 2018-02-27 15:45:16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7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님, 제안을 설명한 뒤에 발언 기회를 드려도 되겠습니까."27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의사봉을 두드린 지 50여분이 흘렀다. 주주발언에 가로막힌 그는 '합병 및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조바심을 낼 법한 상황. 그는 차분한 어조로 발언권 보장을 약속하는 등 주주 설득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날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롯데지주 지배구조 개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롯데지주 외 6개사(대홍기획,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 롯데지알에스, 롯데아이티테크)의 합병 및 분할합병을 승인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의 개회선언과 국기의례까지만 조용하게 진행된 뒤 주총장 곳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족수를 못 채운 것 아니냐", "정확한 출석 주식 수를 밝혀라" 등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주총장 분위기는 냉랭하게 얼어붙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주주는 "의안설명서를 살펴보면 합병 및 분할합병계약서가 첨부되지 않았다"며 의장과 사내외이사를 질책했고, 발언 기회가 뒤로 밀린 주주들은 마이크 없이도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가며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급기야 황 부회장이 격양된 주주들을 달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황 부회장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의장으로서 부탁 말씀 드린다"며 "주주님은 자리에 앉아주시고 주주총회 목적사항을 올린 뒤 발언권을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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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정된 안건은 한 가지에 불과했다. 목적도 명료하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고리를 등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주주총회는 별다른 잡음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곳곳에 암초가 자리했다.
10시 30분경 곽수근 감사위원장은 감사결과에 대한 보고를 시작하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주주들 일부가 손을 들고 나서 의사 진행을 중단시켰다. 개회 선언 이후 주주 다섯 명의 발언이 이어지자 급기야 황 부회장은 어조를 높였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임시주총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이변이 없었다. 의결권 있는 주식 5811만 5783주 중 3900만 9587주가 참석했으며, 이중에서 3395만 358주(87.03%)가 찬성했다. 일본롯데홀딩스도 6개 계열사의 분할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돋보였던 건 황 부회장의 대처였다. 그는 "여러 주주의 의견을 듣는 게 롯데지주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충분히 토의된 것 같지만 주주들께서 계속 발언을 요청하시니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가 황 부회장에게 "카리스마도 있어야된다"며 "의사 진행을 빨리 하셔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으나 황 부회장은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개회 선언 이후 약 1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한 주주가 "바로 투표에 들어갈 것을 제안드린다"고 말했지만 황 부회장은 "주주들께 발언권을 골고루 드리는 게 의장으로서의 책무같다"며 주주들에게 마이크를 재차 넘겼다.
신동빈 회장의 부재에도 롯데그룹은 황 부회장의 대처를 발판삼아 또 한번의 고비를 넘겼다. 황 부회장의 판단으로 한 시간 반 넘게 진행된 주주 의사발언을 통해 이들의 의문점 대다수는 해소된 것으로 보였다.
황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사례를 들며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이번 분할합병이 진행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 주주에게는 "독립된 외부평가 기관의 평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일본롯데홀딩스가 오늘 어떤 의사를 표현했는지 알려달라"는 발언에는 "개별주주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본롯데홀딩스는 위임장을 통해서 분할합병안에 찬성했다"고 밝혀 불확실성을 줄였다.
11시 20분에 이르러서야 황 부회장은 "충분히 토론된 것 같다"며 "질의응답 및 의견발표가 충분히 된 것으로 판단하고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내며, 두 시간에 걸친 임시 주주총회는 폐회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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